(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역사적인 경제회복기금 합의가 발표된 후 유로화 가치는 고공행진"이라며 "달러에 비해 기축통화로서 위상이 한참 못 미쳤던 유로화의 미래가 밝다"고 평가했다.

김 차관은 28일 페이스북에서 유럽연합(EU)이 지난주에 승인한 7천500억유로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두고 이렇게 진단했다.

총 7천500억유로 가운데 3천900억유로는 대출이 아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회원국이 갚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재정이 불안정한 남유럽 국가가 큰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김 차관은 EU의 이와 같은 조치가 두 가지 점에서 유로 동맹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선 이 기금의 채권은 유로 이름으로 발행한다"면서 "유로가 재정동맹으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 개별 주(州)가 진 부채를 연방이 흡수하는 합의를 끌어내 미합중국의 경제적 기틀을 마련한 점에 빗대 일부에서는 유로 경제회복기금 합의가 '유로판 해밀턴 모멘트'라고 비유한다"고 서술했다.

대규모 보조금 지급은 또 다른 특징이라고 김 차관은 언급했다.

그는 "재정흑자국 국민은 적자국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그런 나라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정치적 합의안에 반대했다"며 "그 터부가 이번에 깨졌다"고 소개했다.

김 차관은 "흑자국과 적자국의 문제를 국내에 적용하면 날로 늘어나는 기업소득과 비중이 줄어드는 임금소득 간의 격차와 비슷하다"며 "기업 부문이 얼마큼 부담해서 그 재원으로 임금근로자를 돕자는 합의가 한 국가 내에서도 국민들 간에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절체절명 위기에서 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국가 간 양극화 문제를 풀어낸 대담한 합의가 경이롭고 고맙다"면서 "유로그룹에 이번 위기는 역으로 상호결속을 다지는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써 내렸다.

그는 "합의는 본디 희귀한 재화"라며 "위기 앞에서 모두가 각자도생할 때 국가 간의 대형 합의가 갖는 가치는 더욱 돋보인다"면서 미ㆍ중 갈등과 비교하기도 했다.

이어 "시장은 미ㆍ중 간 경제적 디커플링이 단기간에 가시화할 위험을 낮게 보고 있는 듯하다. 홍콩 문제가 핫 이슈 가운데 하나여서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차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미약한 성장이 팬더믹 충격으로 더 가물가물해지면 디플레이션 압력은 더 강화한다"면서 "장기금리가 제로 금리에서 멀지 않은 수준에 머물면 재정정책과 양적 완화 정책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진다"고 진단했다.

김 차관은 "팬더믹 이전에도 경기침체론을 주장한 래리 서머스 같은 학자는 줄곧 디플레이션 위험을 타개할 방안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옹호해 왔다"며 "코로나 19로 사라진 성장을 되살리자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에는 인프라 투자 대신 대규모 그린 뉴딜 프로젝트가 더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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