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미국 달러지수 추이. 출처:팩트셋>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미국 달러화 가치가 이달 들어 2011년 4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양새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회복이 위협을 받고 저금리 상황이 길어지는 탓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지수는 27일 0.8% 밀리며 2018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몇 주간 투자자들은 달러를 매도하고 코로나 감염이 적은 나라의 통화를 매수하고 있다. 따라서 달러 가치는 7월 들어 3.8% 추락했고 9년 만에 최악의 한 달을 보내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해 기업활동 재개가 제한받자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노동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신규 실업보험청구자 수도 지난주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늘어나며 주춤한 경제 회복세를 드러냈다.

투자자들이 이틀간(28일~29일) 회의를 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부정적으로 경제를 전망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모습이다. 앞서 연준 당국자들은 코로나 확산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조처가 나오지 않으면 경제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MUFG 은행의 데릭 할페니 글로벌 시장 리서치 담당은 "경제지표가 V자형 회복이 멈췄다는 것을 나타낸다, 더는 V자형이 아니라 정체 상태다"라며 "6월에 나왔던 낙관론은 없을 것이며 연준이 더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전략가도 "연준은 미국 경제가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연준이 이번 주 통화정책 발표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최근 달러 매도세는 앞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인하한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동안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해온 다른 선진국과 미국 간의 금리 차가 좁아지자 달러를 보유할 동기가 줄어들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작년 말 1.910%였던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7일 0.584%로 떨어졌다.

달러 하락세와 달리 미국 주식은 3월 이후 오름세를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고,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두 지수는 투자자 낙관론이 약해진 여파로 지난주에 상승 폭 일부를 반납했다.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움츠러든 것이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외환 전략 담당은 달러 매도세가 안정되거나 반전될 수 있다며 달러화가 여전히 매력적인 안전자산인 점을 이유로 들었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부정적인 전망과 부진한 경제지표를 이미 가격에 반영하고 있어 추가적인 달러 약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폴리 외환 전략 담당은 "달러로부터 자금이 크게 빠져나갔지만, 최근 몇 주간 주식시장이 현 수준보다 높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달러 매도 모멘텀이 지나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적인 달러 약세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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