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중앙은행의 공격적이고 이례적인 정책으로 시장 베테랑 투자자의 평생에 걸친 전략도 수정되는 것으로 진단됐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개월 전 꺼내든 회사채 매입 조치는 이후 숫자로 나타난 것보다 시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같이 전했다.

연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조치 가운데 하나로 꺼내든 회사채 매입은 역대 가장 공격적인 중앙은행 정책으로 꼽힌다.

연준의 회사채 매입 발표에도 실제 이들의 매입 규모는 44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시장이 먼저 공격적인 매입에 나섰기 때문으로, 대규모 수요에 상반기에만 회사채 발행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현상은 대차대조표에 유동성을 더하고 역사적으로 낮은 이자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에는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양질의 채권에서 매력적인 수익률을 찾아야 하는 투자자에게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채권 경력 60년이 넘는 배테랑 매니저 댄 퍼스는 경력 대부분을 저렴한 회사채 찾기로 보냈지만, 최근 들어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연준의 존재로 인해 '탐욕스러울 기회'조차 잃어버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채권의 절대 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크레디트 리스크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국채 대비 금리 스프레드는 괜찮아 보이지만, 국채 금리 자체가 사상 최저로 떨어져 회사채 수익률도 크게 낮다"고 말했다.

연준의 매입 대상에는 정크본드로 강등되는 '추락천사' 기업까지 포함되면서 사실상 모든 회사채 금리를 끌어내렸다고 배런스는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퍼스 매니저가 선택한 방식은 두 가지로, 우선 포트폴리오 내의 크레디트 등급을 끌어올렸다. 그가 운용하는 루미스 세일즈 채권 펀드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평균 A-로, 국채 투자 비중도 높였다.

두 번째로 그는 포트폴리오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고수익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수익률이 떨어진 회사채를 대체하기 위한 방편이다.

퍼스 매니저는 자신을 안전성에 대한 열망이 강한 가치주 투자자라고 말한다. 그는 고수익 주식 가운데서도 자금력이 좋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후한 기업을 선호한다.

일례로 그는 AT&T의 보통주를 갖고 있는데, 이 주식의 수익률은 자사 채권 금리의 두 배인 7%에 달한다.

이에 대해 배런스는 "퍼스와 같은 거물 투자자조차 연준의 조치 때문에 역사적으로 낮은 채권 금리를 받아들이거나 주식시장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강요받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매체는 "퍼스의 해결책은 채권의 위험은 회피하면서도 주식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라며 "그것은 기존의 채권 투자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ywk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0시 3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