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임대주택에 본격 뛰어드나…달라진 분위기
연기금, 임대주택에 본격 뛰어드나…달라진 분위기
  • 진정호 기자
  • 승인 2020.07.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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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정치권에서 연기금의 자금을 활용해 임대주택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부 연기금이 임대주택 펀드를 조성하거나 투자를 적극 검토하는 등 과거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요 연기금은 기존에는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 등으로 국내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것은 꺼렸지만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적 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전략을 수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영구임대주택을 개발하기 위한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목 과기공 이사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빠르면 올해 가을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해 서울 시내 적절한 땅을 사들여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영구 임대주택을 짓겠다"며 수익률은 5%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상목 이사장은 8년간 임대 후 매각되는 역세권 청년 주택과 다르게 과기공은 분양할 계획이 없다며 장기자산으로 가져가면서 공공재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기공은 앞서 2018년 초에도 대전 대덕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에 500억원을 투자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과기공은 해당 사업으로 연 8~9% 수익을 기대한 반면 사업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연 5% 초반의 이자율을 제시해 투자가 틀어졌다.

연기금은 그간 국내 임대주택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꺼리는 분위기였다. 국내 주택시장이 임대보다는 전세 위주로 돼 임대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요 연기금 중 임대주택에 투자한 곳은 군인공제회와 공무원연금 정도다.

군인공제회는 SK D&D가 진행한 수유동 민간임대주택 개발사업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해 320억원을 투자한 사례가 있다. 이외에는 자회사인 대한토지신탁을 통해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운영하는 정도다.

공무원연금은 복지 차원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그칠 뿐 본격적으로 임대주택에 투자하지는 않는다.

이들을 제외하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경찰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는 현재 임대주택에 투자하지 않는 실정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내 주택은 월세를 내는 것을 꺼려 임대수익을 낼 만한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며 "연기금은 고정 이자를 회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데 임대주택 사업은 현금흐름이 불확실해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임대주택에 투자하려면 뉴스테이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개발 사업인 만큼 리스크도 상당하다. 조금 낮더라도 확실한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의 성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다.

공무원연금은 지난 2017년 서울 개포8단지를 매각해 1조2천752억원의 차익을 거뒀지만 이는 임대가 아닌 매각으로 본 이익이다. 임대주택 본연의 수익구조와는 별개인 것이다. 개포8단지 매각이익이 반영되지 않는 기간 공무원연금의 주택사업 투자수익률은 2% 안팎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기공이 국내 임대주택 사업을 계획하는 것은 국민연금이 임대주택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내 임대주택 투자방안에 대해 "적절한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지, 또 수익이 보장된다는 원칙이 지켜지는 선에서 적절한 투자가 이뤄질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임대주택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배경 중 하나는 임대료를 책정할 때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올리면 집값 안정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임대료를 낮추거나 동결하면 수익 창출이라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런 만큼 국민연금이 임대주택에 투자한다면 정부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국민연금이 사는 간접투자가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연기금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수십 가지 정책을 쏟아내는데 공적 기관인 연기금도 사회적 분위기를 아예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일부 연기금이 국내 임대주택 사업에 투자하려는 것은 어느 정도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대 수익이 불확실한 만큼 임대주택에 투자하려면 정부도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게 연기금의 입장이다.

이상목 과기공 이사장은 "영국 임대주택 사업은 공공성이 있는 만큼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해선 안 된다"며 "후보로 고려하고 있는 영등포 역세권 등 준공업지역에 임대주택을 건설할 경우 세제 혜택이나 용적률 기준 완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받지 못하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jh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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