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에 네오플럭스 우협 선정…M&A 매직 또 통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 그룹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신한금융지주가 두산그룹의 벤처캐피탈(VC) 자회사 네오플럭스를 품는다.

이번에 VC를 품은 신한금융은 그룹 내 GIB 사업부문의 시너지를 더 끌어올리게 됐다. 조용병 회장이 혁신금융을 위해 진두지휘하는 85조원 규모의 '신한 N.E.O 프로젝트'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네오플럭스 예비인수 우선협상자로 신한금융을 선정했다. 현재 논의 중인 가격은 700억원 선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인수가는 추후 협상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7월 28일 연합인포맥스가 송고한 '신한금융, 네오플럭스 인수한다' 제하의 기사 참고)

VC 자회사가 없는 신한금융은 일찍이 네오플럭스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손꼽혀왔다.

다른 금융회사도 네오플럭스를 눈여겨 봤지만, 금융지주의 VC 인수는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 인수를 검토하던 후보 중 일부는 지난해 적자 전환한 네오플럭스의 수익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딜을 드롭했다. 이들은 기존 VC 자회사의 자본을 늘리거나 기존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신생 VC를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한금융은 이들과 달리 전략적인 관점에서 이번 딜에 접근했다. 예비실사부터 적극적으로 뛰어들 정도로 인수 의지가 강했다.

신한금융은 VC가 그룹의 비이자수익과 비은행 부문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뒷받침 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금융그룹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서다. 이는 가계와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 흐름 물꼬를 혁신기업으로 틀겠다는 정부의 최근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에 신한금융은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의 단순계산이 아닌 현금흐름에 기반한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기대 밖의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업계 중위권인 네오플럭스가 운용 중인 자산은 8천억원에 달한다.

통상 VC가 투자를 회수하기까지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은 5~10년이지만, 네오플럭스를 인수한 신한금융은 그보다 적은 시간을 투자해 이익을 회수할 기회를 얻게 된다. 실제로 바디프랜드에 대한 지분가치 평가손실로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네오플럭스는 꾸준히 흑자를 유지해왔다.

그간 그룹의 VC 역할은 신한캐피탈이 주로 담당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소극적인 출자자(LP) 역할을 넘어 운용사(GP) 역할을 할 주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 신한대체투자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그룹사와 기업공개(IPO)는 물론 인수합병(M&A) 등 자본시장에 기반한 다양한 연계 사업도 확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신한금융의 네오플럭스 인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춘 혁신금융에 대한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판 뉴딜정책을 지원하는 '신한 N.E.O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신한금융은 향후 5년간 혁신성장에 공급할 대출·투자액을 85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미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개별 혁신성장 기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투자는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투자 PE 부서를 통해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나 투자조합을 운영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 네오플럭스를 비롯한 IMM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등 13개 VC와 손잡고 창업·벤처 기업에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VC를 인수한 신한금융은 기업의 전 생애주기에 대응하는 그룹 투자금융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 그간 VC와의 단순 제휴로 모험 자본을 공급했던 신한금융은 앞으로 그룹 차원의 선제 제안을 통한 민간 주도 방식의 매칭 펀드를 조성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딜은 조 회장 취임 이후 여섯번 째 인수합병(MA&) 성공 사례다.

지난 2017년 신한베트남은행의 호주 ANZ은행 베트남 소매금융 인수를 시작으로 신한카드의 푸르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 리미티드(PVFC),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아시아신탁, 아키펠라고자산운용, 그리고 네오플럭스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은행과 비은행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진행됐다. 현재 신한금융은 자산운용사 추가 인수도 추진 중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다른 금융지주들이 딜을 드롭하며 예상보다 싼 가격에 인수한 것 같다"며 "당장의 실적에 유의미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보단 최근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GIB와의 협업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ywkim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7시 2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