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에 대비해 마련한 '플랜B'에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활용해 2조원+알파(α)를 추가 투입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언급한 아시아나항공 국유화에 대한 논의로, 채권단이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기점으로 사실상 노딜을 인정하고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가 되는 방안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았음을 의미한다.

28일 채권단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시 2조원 이상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40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아시아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매각 불발 시 아시아나항공 유지에 2조원 이상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기안기금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딜이 무산될 경우 항공기 리스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를 포함해 아시아나항공 경영 안정화 필요할 기간을 산정하고, 구체적인 필요자금을 산정 중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4월 추가 대출해준 1조7천억원도 기안기금으로 전환될 수 있다.

또 지난해 1조6천억원을 지원할 때 매입한 영구채 5천억원도 기안기금이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 경영난이 더욱 악화할 경우 투입 자금은 2조원이 훌쩍 넘을 수도 있다.

산은이 기안기금 활용 카드는 꺼내든 것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에 대한 자본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국가보증 기금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기 때문에 산은 회계와 분리돼 따로 운영된다.

따라서 국제결제은행(BIS) 하락 등에 대한 부담을 전혀 지지 않아도 된다.

산업은행의 1분기 기준 BIS은 13.33%로 전년 말 대비 0.73%포인트 급락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12%대 추락은 막겠지만 여전히 일반은행 평균(15%대)을 한참 밑돈다.

채권단은 이미 아시아나항공에만 3조3천억원을 투입했는데, 예상치 못한 딜 무산 이후 2조원 이상 추가 자금 지원 시 산은은 재무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기안기금 지원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지만, 계약이 무산된 이후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금호산업과 HDC현산의 계약 파기가 공식 선언된 이후 아시아나항공 지원 여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기안기금 지원 대상 기업은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상 총차입금이 5천억원 이상, 지난 5월 1일 기준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이어야 한다.

항공업계 중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이 기준을 충족한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M&A 무산 이후에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기안기금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다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전일 국유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발언으로 주가가 하루 만에 20%가량 급등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마친 후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가능성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해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었다'는 금융위 해명에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전일 대비 20.65% 오른 4천295원에 장을 마쳤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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