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5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들의 핵심 자회사인 은행으로 올해만 73조원의 수신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유동성이 은행으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농협·우리은행의 원화예수금은 지난해 말 대비 73조원 넘게 늘었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의 증가규모가 가장 컸다.

농협은행은 올해만 예수금이 21조9천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9.3%가량 성장한 규모다. 국민은행은 18조8천억원 늘어나며 농협은행의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 14조7천억원, 신한은행 10조6천억원, 우리은행 7조원 순이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은행수신 증가 규모가 108조7천억원임을 고려하면 이중에서 5대 시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예수금 대부분은 수시입출식 예금에 집중됐다.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투자에 열광하는 개인투자자의 대기성자금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75bp나 인하되고, 이것이 시장금리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은행 적금으로 넣어도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짠물'이 되자 시장 회복세가 두드러진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의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은 올해 상반기 60%에 육박했다. 시장 참가자 10명 중 6명은 개인투자자라는 얘기다.

은행권에서 늘어난 수신은 대출과도 연동된다. 정부가 가계와 기업을 돕기 위해서 '코로나19 대출'을 풀면서 차주들은 유동성을 확보했다. 다만 막상 쓰진 않고 예금으로 묶어뒀을 가능성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긴급한 생활자금이 아닌 미래의 상황을 대비해 일단 받아놓고 보자는 생각에 대출을 신청한 기업과 법인,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예금이 늘었다"며 "은행권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출 공급에 있어서는 조금씩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도 감지됐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보다 59조9천억원 늘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8조2천억원 규모의 원화대출 증가세를 보이며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농협은행 14조2천억원, 신한은행 12조4천억원 순으로 국민은행의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8조원과 7조원씩 늘었다.

이는 금융당국이 일시적으로 완화한 예대율 규제가 정상화할 것을 미리 대비하는 취지로 읽힌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 평균잔액의 비중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주요 지표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예대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100%를 상회하면 안 되지만 내년 6월까지 5%포인트 이내 범위에서 위반해도 경영개선계획 제출 요구 등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현재 5대 은행의 예대율은 97~100% 수준을 맴돌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원화 대출금의 경우 은행마다 속도 조절의 강도가 달랐다"며 "아직 예대율 규제가 정상화하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남았지만, 향후 시장 상황이 급변할지 모르는 만큼 자산건전성 등을 조율하며 함께 관리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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