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 약세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달러 수급 문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막대한 규모의 달러를 풀었다.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정책 강도가 약해질 분위기도 아니다. 달러 공급이 무한정으로 늘어날 판이니 약세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도 가세했다. 뉴욕 증시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지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보다는 돈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는 분위기다. 연준과 미 재무부의 무차별적인 부양책에도 미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여전히 활개를 치는 것이나, 중국과의 갈등이 지속되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쌍둥이 적자가 악화하는 것도 내내 부담스럽다. 주식 등 다른 금융자산에 앞서 달러가 미 경제를 둘러싼 우려를 먼저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달러 약세는 기본적으로 우리 금융시장에 나쁠 게 없다. 특히 주식시장에 미치는 선순환 효과는 기대 이상일 수 있다. 달러 약세는 원화 가치의 강세 요인이다. 달러인덱스 하락폭 만큼 달러-원 환율이 내린 것은 아니지만, 하락 압력은 갈수록 세질 공산이 크다.
원화 강세 기대는 통상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수로 이어진다. 지난 28일 외국인의 역대급 주식 매수가 들어온 것이나 그 이후 매수세가 이어지는 것도 원화 강세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외국인이 원화 강세 때 주식을 사는 건 수출과도 연관이 있다. 원화 약세일 때 수출이 좋아진다는 게 일반 상식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원화 강세일 때 수출금액이 늘어날 때가 많았다.
문제는 달러 약세의 폭과 속도다. 완만한 달러 약세는 투자자산의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비달러 국가 증시에선 달러 자금의 이동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금을 비롯한 커머더티 상품의 급등세도 달러 약세 덕분이다. 하지만, 달러 약세가 추세화하는 과정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2018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지수는 이달에만 4%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3월20일 전고점 대비로는 10%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우려할 만한 수준의 하락 속도지만, 장기 추세로 봤을 때 아직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달러인덱스 월봉 차트를 보면 현 지수대는 아직 2011년 이후 본격화한 달러 강세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물론 지지선에 거의 근접한 상태라 앞으로의 상황 전개가 중요해 보인다.
(그림: 연합인포맥스 종합차트 달러인덱스 월봉)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인덱스가 마디지수인 90선이 강하게 무너질 경우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위기의 실체는 미 경제의 급속한 침체 또는 미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까지 치달으면 전 세계 금융시장은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을 게 자명하다. 많은 시장 참가자와 경제주체들이 달러화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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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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