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국민연금을 대상으로 관리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12개의 처분 요구 및 통보 사항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책이 1건이었고 주의가 2건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해외 인프라에 투자할 때 타당성 분석이 미흡하다는 점이었다.

30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분야에서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 타당성 분석 업무의 부적정(주의) ▲위탁운용사 선정위원회의 외부위원 선정 및 관리 부적정(통보) ▲기금운용직 성과평가제도 개선 필요(통보) 등의 조치를 받았다.

행정안전부의 감사 단계별 실무매뉴얼에 따르면 '주의'는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되나 그 정도가 징계 또는 문책 사유에 이르지 않는 경미한 경우와 감사대상 기관 또는 부서에 제재가 필요한 경우다.

통보는 비위 사실이나 위법·부당 사항을 감사대상 기관의 장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각 기관 및 부서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경우다.

◇美 인프라 투자 때 분석 '미흡'

감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4년 2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천연가스 열병합 발전소의 지분 19.6%를 8천100만달러에 매입했다.

국민연금은 천연가스 발전소가 다른 발전소보다 효율이 높은 데다 텍사스주는 전력공급 부족 지역이고 환경규제로 신규 발전소가 건설되기 힘들어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실제 투자 후 해당 투자는 2014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매출이 목표치 대비 70%에 그쳐 0.8%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발전시설 건설계획을 미흡하게 검토해 전력 공급용량을 과소 추정한 것이 문제였다"며 "천연가스 등 가격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수익을 과다하게 전망한 점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해당 투자가 2018년 4억1천4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봤으나 실제론 2억8천800만달러에 그쳤다. 위탁 운용사의 투자 제안서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할 때 경쟁업체의 사업 진입 가능성을 너무 축소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천연가스 가격 추이를 지나치게 낙관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국민연금이 해당 발전소에 투자하기 전부터 미국은 천연가스의 일종인 셰일가스를 공격적으로 대량 생산했고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말의 1,000㎥당 8.9달러에서 2013년 12월 4.2달러까지 떨어져 있었다. 셰일가스 붐에 따라 가격은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게 당시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천연가스 가격이 2014년 4.12달러에서 2023년 5.11달러까지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전력가격도 동반 상승하리라 예상했다.

감사원은 "해외 대체 투자의 타당성을 검토할 때 시장환경 및 산업 동향의 변화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산과 관련된 경쟁 시장에 대해 수요·공급 등 동향을 철저히 분석하라"고 주의 조치를 내렸다.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도 불투명"

감사원은 또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위원회가 외부위원을 부적절하게 선정하고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과 관련해 투자위원회 등 다른 위원회의 외부위원 자격요건은 시행규칙에 명시한 것과 달리 위탁운용사 선정위의 외부위원은 자격요건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선정위의 외부위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교수나 연구원 등 연락처를 무작위로 파악한 뒤 이들을 외부위원 풀로 선정했다고 통보도 하지 않은 채 필요할 때마다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독립된 부서가 아닌 소관부서에서 외부위원 풀을 구성하고 관리한 데다 선정까지 담당하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제기됐다.

감사원은 "국민연금은 일관된 기준이 없이 위탁운용사 외부위원을 선정해 선정 과정이 불투명할 수 있다"며 "독립 부서에서 선정위원회 개최 하루 이틀 전 외부위원을 선정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성과 평가 방식도 개선해야

국민연금의 성과 평가 제도 또한 개선돼야 한다고 감사원은 판단해 통보 조치를 내렸다.

현재 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직의 목표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정량평가 성과지수를 산정할 때 기금 전체의 목표 달성에 가장 높은 60%의 비중을 부여한다. 운용역의 동기 부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채권 등의 전술적 자산 배분 등은 비중이 40%다. 이 평가제도는 2014년에 도입됐다.

그런데 2018년 기준으로 국내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기간 55.51%에서 49.04%로 감소한 반면 해외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2.06%에서 17.69%로 계속 증가했다. 기금 전체 성과평가에서 해외주식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갈수록 커진 셈이다.

감사원은 "그럼에도 복지부는 목표성과급 지급을 위한 자산별 성과평가 때 여전히 해외주식에 대한 비중을 5%로 유지하고 투자자산별 비중과 성과에 대한 기여도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자산별 평가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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