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 만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하마평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굵직한 구조조정 현안에 많은 부담이 따르다 보니 후보군에 오른 다수의 인물이 오기를 꺼리고 있다, 이 회장 이상의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지 못해 청와대의 세평 조회조차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등 각종 설만 나도는 상태다.

정부 당국 고위관계자는 31일 "이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 최근에도 다시 교체설이 돌고 있지만, 하마평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음 달 초께 교체냐 연임이냐의 윤곽이 잡히고, 교체라면 후임자도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9월 10일까지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청와대의 의중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보통 기관장 임기 만료 두어 달 전부터 하마평이 무성한 것과 달리 이번 산은 인사엔 이렇다 할 후보군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나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잠재 후보군으로 꼽힐 정도다.

여기에 청와대가 지난달부터 이 회장에 대한 세평 조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단 연임에 대해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3년간 이 회장의 성과는 나쁘지 않다.

금호타이어와 한국GM, 동부제철 등 구조조정에서 성과를 냈고, KDB생명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역시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산은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지난해 출범시키며 구조조정 업무에 대한 개혁도 추진했다.

정부 철학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소문난 원칙주의자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산은과 수출입은행 합병론을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고 한국은행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쌍용차 노사를 향해 "죽으려 하면 살 것"이라며 자구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도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산중공업, 대한항공과 저가항공사(LCC) 등 항공업계의 예상치 못한 구조조정,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위기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 회장만큼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임무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후보군이 산은이 중책을 맡은 어려운 시기에 이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는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산은 회장은 구조조정 결과에 따른 비판을 가장 많이 받는 자리라 잘해야 본전"이라며 "무게감에 비해 급여 등 조건도 좋지 않고 여러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데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사명감이 있지 않은 이상 굳이 힘든 자리를 맡을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후보자는 산은 회장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거래소 이사장 자리 등을 더 탐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이사장은 오는 11월 임기가 끝난다.

현 정권에서 이 회장의 무게감을 고려하면 경제부총리 등 다른 자리로 옮겨도 이상하지 않다고도 본다.

또 이 회장이 연말 임기가 끝나는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는 지난달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황이고 주어진 일만 전념해도 제 시간이 부족하다"며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저는 충분히 피곤하다"고 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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