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분사가 두 달 미뤄진 가운데, SK텔레콤의 웨이브와 KT의 시즌 등 국내 OTT 사업자들이 티빙에 잇따른 러브콜을 보내면서 국내 OTT 플랫폼 간 합병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시즌과 티빙의 협력 가능성을 열었고, SK텔레콤은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을 제안했다.

김훈배 KT 커스터머신사업본부장은 전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티빙과의 협력 등 다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상 SK텔레콤 부사장도 지난 23일 한 행사장에서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하길 원한다"며 깜짝 제안했다.

이로써 국내 OTT 간 합병설이 또 한 번 제기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에 맞서 국내 업체끼리 경쟁하기보다는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아울러 드라마와 예능 제작 역량을 갖춘 CJ ENM과 JTBC 두 회사가 손잡는 만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업계 일각에서 KT와 티빙의 통합설이 제기되면서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CJ ENM 측에서는 "타 사업자들과의 협력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면서도 "통신사들의 투자 및 지분 참여에 대한 제의가 온다면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물밑 논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업자 간 당장의 합병이나 협력은 다소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CJ ENM은 JTBC와의 합작법인 출범을 앞둔 데다 양사 각각이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제휴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 CJ ENM과 JTBC의 신설법인이 출범할 경우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등 제작 자회사의 영상 콘텐츠 수급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구축보다 콘텐츠 제작 및 공급이 사업의 핵심축인 CJ ENM 입장에서는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이 여러 제휴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실제 SK텔레콤이나 KT와의 합병이 이뤄진다고 해도 넷플릭스를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 및 OTT 사업자들과 다양한 제휴를 맺고 저변을 확대해나가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대항마'란 명목의 국내 OTT 간 합병은 커다란 시너지를 내기에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복잡한 지분 구조도 걸림돌로 꼽힌다.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지분이 얽혀 있으며, SK텔레콤은 현재 30%인 지분을 향후 50%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CJ ENM-JTBC의 신생 법인도 신규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어 지분 구조가 복잡해질 전망이다.

CJ ENM 측은 복수의 벤처캐피탈(VC)을 상대로 1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JTBC의 공정위원회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지연되면서 CJ ENM은 티빙 사업 부문 분할기일을 내달 1일에서 10월 1일로 두 달 미뤘다.

분할등기일은 10월 12일로 예정됐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기준 지난 6월 OTT 사용자 수에서 넷플릭스는 466만명, 웨이브는 272만명, 티빙은 138만명으로 집계됐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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