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요주의여신이 2분기에 크게 늘어나면서 향후 코로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지방은행들의 요주의여신은 지난 분기와 비교해 4.6%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NPL)이 전 분기 대비 3.9%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그중에서 전북은행이 36.8% 늘면서 지방은행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요주의여신이 늘었다. 대구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의 요주의 여신도 각각 23.4%와 15.2%, 7.6%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이 분기대비 줄면서 건전성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잠재적으로 부실해질 수 있는 채권은 급증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요주의여신은 1~3개월 연체된 채권을 뜻한다. 고정이하여신이 현재 부실채권 수준을 보여준다면, 요주의여신은 잠재 부실 가능 채권을 알려준다.

이러한 이유로 피치, 무디스, S&P 등 국제신용평가사와 국내신용평가사들은 고정이하여신비율과 함께 요주의여신비율도 주요 건전성 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책의 힘입어 NPL 관리에서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금리 인하와 만기 연장 등 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코로나 정책 결과 제조업 여신의 부실화가 많이 감소해 충당금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코로나 정책은 지방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약화했다는 인식을 단지 지연시킬 뿐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코로나19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은 지방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약화했다는 인식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다른 지방은행들에 비해 코로나19의 영향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고 평가받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자산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진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무디스는 지난 3월 호남권을 주 영업지역으로 하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제외한 4개 지방은행의 신용등급 하향평가에 착수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받은 대구·경북지역과 달리 호남권은 코로나 확산 초기 타격이 작았던 영향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전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전북·광주은행도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 대출 익스포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경우 원화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1.1%와 50.2%다. 글로벌 무역 둔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조업 부문이 기업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0.1%와 15.6%다. 코로나19 영향권인 도소매업이 기업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4%와 15.1%에 달한다.

지방은행들은 요주의여신이 급증한 건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신용평가모형을 보수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북은행은 신용평가모형이 바뀌면서 약 700억원의 여신이 정상에서 요주의로 재분류되면서 요주의여신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대구은행도 요주의여신이 증가한 원인에는 매년 실시하는 정기신용평가 영향이 약 40%, 미래 경기전망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신용평가모형을 변경한 영향이 약 60%라고 밝혔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 매·상각 전 실질 연체와 NPL 순증 규모 추이는 안정적이지만 요주의 순증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요주의여신의 증가세는 1~2분기 더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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