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한국은행의 '역대급' 유동성 공급에도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0.0%대의 낮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자산가격만 부풀려 집값과 전ㆍ월세 등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 4개월째 0%대 저물가…유동성 함정 걸렸나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0년 7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1월 1.5%, 2월 1.1%, 3월 1.0% 등 1.0%대 흐름을 나타내던 소비자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깊어지면서 4월 0.1%, 5월 마이너스(-) 0.3%, 6월 0.0%로 주저앉았다.

4개월 연속으로 0%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만 떼 보면 올해는 내내 1.0%를 밑돌고 있다.

4월과 5월 0.1%에 불과했던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6월 0.2%, 7월 0.4%로 소폭 반등했다.

한국은행이 역대급 유동성을 풀었지만 정작 투자와 소비 등 생산적인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3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0%포인트 떨어뜨린 바 있다. 이어 5월에는 0.25%를 추가로 하향 조정해 현재의 연 0.50%로 만들었다.

이에 실질머니갭률(Money gap ratio)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8%대 수준이다. 적정 통화량보다 8% 이상 시중 통화량이 많다는 의미다. 시중의 유동성이 생산적인 곳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이는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이 1천858조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8조7천억원 증가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코로나19 위기를 대비해 소비나 투자보다는 예금으로 돈을 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수요가 많이 위축된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소비자물가 측면에서 단기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집값은 고공행진…전월세 시장도 들썩

소비자물가와 달리 집값과 전월세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달 집세는 1년 전보다 0.2% 상승했다. 6월에 이어 2개월째 0.2%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기도 하다.

큰 틀에서 보면 전국 집세는 2019년 5월부터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다가 올해 4월에서야 보합으로 전환 후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전세만 떼고 보면 0.3%가 상승했다. 2019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서울의 집세는 전국보다 더욱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의 전세는 지난 6월과 7월 0.8%씩 상승해 전국의 4배에 달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값 불안이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주는 셈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6월 첫째주 보합으로 전환되고서 폭발적으로 치솟고 있다. 7월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는 0.71%로 6월(0.13%)의 5배가 넘었다. 아파트는 1.12%로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 서울의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으로 임대인이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상황과 앞으로 주택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 심리로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맞물린 결과"라고 최근 전월세 상승세를 평가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집세는 소비자물가에서 가중치가 93.7로 거의 10분에 1에 해당하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집세가 상승흐름을 보이는데, 어느 정도의 흐름으로 갈지 통계청도 면밀하게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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