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간 유니콘 기업 유치 경쟁 대비 국내 전략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홍콩 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의 금융 중심지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을 근본적으로 대체할 다른 도시를 찾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금융중심지 기능과 증권거래소의 경쟁력' 자본시장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홍콩거래소(HKEX)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홍콩의 금융중심지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뉴욕과 런던의 경우 금융 중심지 도약 과정의 핵심적 인프라가 증권거래소였던 만큼 홍콩 거래소의 치열한 유니콘 기업 유치와 공격적인 경영 전략이 홍콩을 금융 중심지의 지위를 유지하게 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홍콩거래소의 상장기업 수는 201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증가해 2019년 말 기준으로 2천449개를 기록했다.

이는 이미 한국거래소(KRX) 2천283개를 추월한 수치로 3천708개 기업이 상장된 일본거래소(JPX)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반면 홍콩의 금융중심지 기능을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거래소(SGX)의 상장 기업 수가 감소하고 거래소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홍콩을 근본적으로 대체하는 데는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림 설명 : 동아시아 거래소의 상장기업수와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



남 연구위원은 "홍콩거래소의 성장은 무엇보다 선진자본시장에 접근하려는 중국 테크 기업의 유입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2020년 상반기 기업공개(IPO) 실적은 홍콩거래소가 112억 달러로 53억 달러의 뉴욕증권거래소를 제쳤고 170억 달러의 나스닥 뒤를 쫓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는 초대형 IPO가 될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자회사인 앤트테크놀로지의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복수 상장이 예정돼 홍콩거래소의 IPO 실적이 나스닥을 추월할 전망이다.

남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오히려 유망한 중국 테크기업의 홍콩거래소 상장이 증가하면서 홍콩거래소의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상하이증권거래소(SSE)와 선전증권거래소(SZSE)가 IPO 규제를 완화하며 가파르게 크고 있지만 아직 유력 테크기업들은 외부 자본의 접근이 자유로운 홍콩거래소의 단독 상장 또는 본토와 홍콩의 복수상장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기업의 수나 전체 시가총액뿐만 아니라 영리기업으로 전환한 글로벌 거래소의 시가총액 비교에서도 홍콩거래소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홍콩거래소 자체 시가총액은 2020년 7월 6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시카고의 파생상품거래소 CME 그룹을 제치고 세계 1위 거래소가 됐다.

2020년 초부터의 주가 변동에서도 홍콩거래소 주가는 39.5%가 상승해 나스닥의 18.9%를 크게 앞서며 42.5%의 일본거래소 다음으로 좋은 성과를 보인다.

반면 1위 자리를 내준 CME는 마이너스(-) 17.8%, 싱가포르거래소는 -6.3%로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했다.

남 연구위원은 이와 더불어 한국거래소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국내 거래소 인프라 발전 전략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거래소 간 경쟁의 승자와 패자는 해당 거래소가 위치한 도시나 국가의 금융경쟁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며 "그럼에도 거래소 간 유니콘 기업 유치 경쟁에 대비한 국내 전략은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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