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규제에 신용대출·전세대출 급증 '풍선효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세가 신용대출과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5개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년 동월 대비 약 43조원 증가해 총 634조9천5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7.28% 늘어난 수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대에서 관리·감독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가계대출을 주시하고 있지만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셈이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금은 기준선을 넘는 것을 약간 용인했다고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가계대출에 대해 2~3년 시계 하에 유연하게 관리해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는 개인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난 데 기인했다.

이들 은행의 지난달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0조2천43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3조6천181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6.01%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도 약 2조6천억원(2.29%) 늘어난 수준이다.

전세자금대출은 7월 말 기준 94조55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에 74조2천409억원으로 집계됐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26.69% 급증한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전년 동기보다 43% 넘게 증가한 곳도 있었다.

이러한 증가세에는 당장 부동산 대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6·17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용대출로의 '풍선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값이 오르면서 부동산을 매매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끌어오는 소위 '패닉 바잉' 수요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것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등 유동성이 확대되는 정책기조에서 부동산 대책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현재 금리 인하로 대출 태도가 개선된 상황에서 정책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주택 구입이 어려워지면서 상반기 증가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2·16 대책으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주택매입이 어려워지자 전세자금대출이 상반기에 꾸준히 늘어왔다"며 "이달부터 시행되는 임대차3법이 전세자금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로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국제금융협회(IIF)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9개 나라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97.9%로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1분기(92.1%)보다 5.8%포인트(p) 상승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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