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공단 기금 750조원의 운용을 지휘하는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임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그의 연임 가능성에 시장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연금 이사장이 7개월째 공석인 상황에서 안 본부장이 조직 중심을 잡아줄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고, 지난해 운용 성과도 뛰어났던 만큼 대체로 연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10월 8일 2년 임기가 끝나는 안 본부장의 후임 인선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임 인선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사실상 그의 연임으로 가닥이 잡힌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지난 2018년 안 본부장이 맡기 전 국민연금 CIO 자리가 공석이었을 때는 당해 2월부터 공모가 시작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당시 후보를 모두 돌려세웠고 당해 7월 초부터 재공모에 들어갔다.

이후 8월 초 CIO 후보는 서류 지원자 30명 중 13명으로 압축됐고, 10월 8일 안 본부장이 최종 선정됐다. 재공모 과정만 놓고 봐도 CIO를 검증하고 선정하는 데 적어도 3개월은 걸렸던 셈이다.

안 본부장의 임기가 만료된 후 국민연금 CIO 자리를 공석으로 둔 채 후임을 뽑을 수도 있지만, 국민연금 이사장도 부재중인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이사장도 인선이 지연되는 마당에 규정상 1년 연임도 가능하고 성과도 좋은 안 CIO가 굳이 물러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국민연금은 일단 이사장을 뽑고 내부를 정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기금의 CIO는 "안 CIO가 사실상 연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전주 이전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안정된 느낌이고 수익률도 좋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2017년 7월 전임 강면욱 본부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갑자기 사표를 낸 뒤 1년 3개월의 공백 끝에 국민연금의 키를 쥐었다. 공단 본사의 전주 이전 등으로 운용역이 3년여간 100명 넘게 이탈하고 실장급마저 로펌으로 빠져나가던 시기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안 본부장 취임 후 안정을 찾아가는 흐름이다. 구멍이 났던 기금운용본부 실장과 팀장 자리도 모두 채우게 됐고 지난 2월 기금운용역 10명을 채용한 뒤 현재 14명을 추가 채용 중이다. 이를 마무리하면 올해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정원 288명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입사자보다 퇴사자가 많았던 '악몽의 2018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분위기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큰 폭으로 개선된 점이 힘이 되고 있다.

안 본부장이 본격적으로 지휘하기 시작한 2019년 국민연금은 총 11.34%의 수익률을 기록해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수익액도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가장 많은 73조4천억원에 이른다.

2019년 수익률은 2018년(-0.89%) 대비 12.23%포인트 상승했고 기준 수익률 10.86% 대비로도 0.48%포인트 초과했다.

이에 따라 연봉 대비 성과급 비율인 성과급 지급률도 지난해 73.7%까지 뛰어 국민연금 내부 지지도 탄탄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역들의 1인당 성과급은 5천657만원으로 지난 5년래 최대를 기록했다.

안 본부장이 1년 연임에 성공한다면 1999년 11월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세 번째 사례가 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CIO는 안 본부장을 포함해 총 8명이었는데 이 중 3년 임기를 채운 전임자는 조국준(2002년10월~2005년10월), 이찬우(2010년10월~2013년11월) 본부장 등 두 명 뿐이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 CIO의 평균 임기는 2년 2개월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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