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회사채 발행시장이 반기보고서 제출 시한을 앞두고 일시적인 소강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기업들은 실적공시 전에 서둘러 회사채를 찍어놓으려는 분위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적공시 의무가 있는 기업들은 오는 14일까지 금융당국에 반기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올 2분기 추가 실적 악화가 점쳐지는 기업들은 공시를 앞두고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정적' 등급전망이 늘면서 실적 악화 시 신용등급 하락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의 상반기 정기평가에 따르면 '부정적' 등급전망은 37건, '긍정적'은 5건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엔 코로나19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던 정유ㆍ석유화학과 항공운수, 건설 등 업종의 회사채 발행이 몰렸다.

800억원의 회사채를 찍은 OCI('A')는 올 2분기 4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셈이다.

OCI는 앞서 지난 3월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한 단계 내린 바 있다.

효성첨단소재('A')는 6개월 미만의 기업어음(CP)을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회사채로 차환하기 위해 회사채시장서 950억원을 조달했다.

효성첨단소재의 2분기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은 올 2분기와 상반기 누적 모두 적자 전환했다.

가산금리를 100bp 이상 얹어서 발행한 사례도 있었다.

HDC현대산업개발('A+')은 3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2년과 3년물 가산금리를 각각 100bp, 5년물 가산금리를 120bp로 확정했다.

HDC현산은 2분기 영업이익이 1천47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8%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11월엔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재무 위험이 커지면서 '부정적검토' 대상에 올랐다.

대우건설('A-')은 1천억원의 회사채를 찍었고, 2년물 가산금리는 135bp로 정해졌다.

대우건설의 2분기 영업이익은 81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AA급'도 업황이 악화한 산업군을 중심으로 자금 확보에 속도를 냈다.

LG전자('AA')는 600억원, 현대오일뱅크('AA-')는 3천억원을 회사채시장에서 조달했다.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4.1%, 전분기 대비 54.6%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91.5% 못 미쳤고, 당기순손익은 상반기 내내 적자를 지속했다.

신용등급이 한 계단만 내려가도 'A급'으로 떨어져 버리는 SK인천석유화학('AA-')도 3천억원의 회사채를 찍었다.

SK인천석화는 앞서 지난 5월 실적 악화로 등급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린 상태다.

회사채시장을 찾았으나 투자자들의 싸늘한 반응을 경험한 기업도 있었다.

한진('BBB+')은 지난달 23일 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투자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AJ네트웍스('BBB+')도 같은 날 수요예측에서 500억원 모집에 37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미매각 리스크가 커지면서 수요예측 부담이 없는 사모채 발행도 늘었다.

롯데지주('AA')가 지난 3일 300억원을, 롯데쇼핑('AA')이 지난달 500억원을 사모채로 조달했다.

LG전자('AA')는 지난달 초 600억원의 사모채를, GS글로벌은 같은 달 30일 200억원의 사모채를 찍었다.

현재는 현대건설과 에쓰오일 등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37.2% 감소했고, 에쓰오일은 적자 폭이 1년 전보다 81.5% 늘었다고 밝혔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2분기 실적을 확인한 뒤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공시 이후 실적이 더 나빠질 수도 있어 마감 전에 절차를 당겨 회사채를 발행하는 추세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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