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일본과 유로존 투자자가 미국 채권, 특히 회사채를 한동안 탐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환헤지 비용이 내려 자국 회사채보다 달러채 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현지시간)자 '허드 온더 스트리트' 칼럼에서 "일본 투자자에게 있어 환위험을 헤지한 AAA등급 미국 회사채의 수익률이 BBB등급 일본 회사채 수익률보다 높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ICE 미국 회사채지수(엔화 헤지), ICE 일본 회사채지수 추이. 팩트셋>



실제로 일본 연기금의 미국 채권 매입이 뚜렷하게 늘었다. 연기금의 은행 신탁계정을 보면 지난 1년간 6조엔(약 67조5천780억원) 규모의 외화채를 순매수했다.

유로존 투자자가 사들인 미국의 비금융기관 회사채(1년 만기 이상)도 2013년 말 2천447억유로(약 343조8천억원)에서 올해 3월말 5천814억유로(약 817조원)으로 늘었다.





<일본 연기금 12개월 누적 외화채 순매수 추이. 팩트셋>



엔화와 유로화를 손에 쥔 투자자가 달러채에 투자할 때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하면 환헤지 비용으로 실질 수익률이 달라진다. 환헤지 비용은 미국과 일본·유로존의 금리차가 축소하면 하락한다.

일례로 2018년 말, 일본과 유럽 투자자는 3개월 만기 달러 선도환에 연율 3%포인트(p)의 환헤지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투자자가 환위험을 헤지할 경우 달러채 투자로 거둔 수익률이 3%p 깎인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자국 정부채보다 높았음에도 연기금 같은 보수적인 투자기관은 달러채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규모 금리 인하로 헤지 비용이 내리자 엔화로 환산한 미국 회사채 수익률의 매력도가 올라갔다.

환헤지비용 하락으로 일본 규제 당국의 우려도 줄었다.

환헤지를 하지 않고 해외채권에 투자하면 자산과 부채가 미스매치될 수 있는데 이런 위험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달러-엔 환율이 급변하면 대차대조표상 엔화 표시 부채와 달러 표시 자산이 불균형을 이룰 수 있다.

물론 미국 회사채의 스프레드(국채 대비 금리차)가 꾸준히 좁혀지면 미 회사채의 매력도가 다시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가 일본·유럽 회사채 스프레드만큼 극적으로 좁아져야 가능한 경우다.

저널은 "종합적으로 보면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 회사채를 사 모으는 현상이 멈추거나 느려질 가능성이 적다"고 관측했다.

ytse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5시 2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