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4개월간의 검토 끝에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들도 당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우려에서 벗어나게 됐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무디스는 기업은행과 부산, 대구, 제주,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4곳에 대한 신용등급을 재확인하고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를 종결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3월 해당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무디스는 은행들이 코로나19 충격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익스포져가 높아 향후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일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으로 은행권에 대한 기존 우려가 상당 부분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및 내수 둔화로 국내 은행에 발생 가능했던 리스크가 한국 정부의 135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봤다.

한국은행이 올해 두차례 금리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서 차주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감소시켰다고 무디스는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을 지지하는 요인이 됐다는 의미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의 자금조달 및 유동성 규제 완화가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면서 은행들이 자금조달과 유동성을 기존의 규제기준에 가까운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무디스는 "기업은행과 지방은행들이 여신 성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제적 자본 적정성도 일시적으로 약화된 후 향후 2~3년간에 걸쳐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대손비용도 뚜렷한 증가 없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진단했다.

한편에서는 아직 은행들이 코로나19 관련 리스크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의 정책으로 인해 연체율에 신용위험이 아직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다 정책금융 지원으로 대출이 짧은 기간 동안 급증해 은행마다 이자이익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차주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위험이 계속 이연되고 있어 은행들 스스로가 리스크를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선방한 실적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기가 발생하면 부실대출 익스포져를 국책은행이 떠안게 된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으로 시중은행의 신용등급이나 전망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2~3년가량 장기화되면 수출기업 의존도가 높은 지방은행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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