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예상보다 양호한 미국 고용에도 미국과 중국의 긴장 고조와 부양책 협상 난항 등으로 하락했다.

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74달러(1.7%) 하락한 41.2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이번주 약 2%가량 올랐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와 미·중 갈등, 부양책 협상 상황 등을 주시했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면서 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일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위챗 모회사 텐센트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시한은 앞으로 45일로 미국 관할권 내 개인 또는 기업에 모두 적용된다.

미국 재무부는 또 이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해 홍콩과 중국 관리 11명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고 밝혔다.

람 행정장관 등이 홍콩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홍콩 시민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훼손했다는 이유를 꼽았다. 제재 대상자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거래도 금지된다.

중국은 미국의 틱톡 제재 등이 "자업자득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맞섰다.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미국이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우호적인 여건 조성에 협력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 중국 기업 때리기가 1단계 무역합의 이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되면서 우려를 키웠다.

이밖에 미국이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다시 관세를 부과키로 하자 캐나다도 곧바로 보복 관세 방침을 발표하는 등 무역 분야의 긴장이 다시 높아졌다.

최근 가파른 약세를 보인 달러가 이날 반등세를 나타낸 점도 유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강세는 유가에 하락 요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는 점도 유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다른 주요 원유 소비국 중 하나인 인도 등의 상황은 여전히 악화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에 따른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총 7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신규 부양책에 대한 협상이 이날까지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양측이 부양책 규모 등을 두고 여전히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이번 주 협상 타결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이다.

유가는 다만 우려보다 양호한 미국이 고용 지표로 지지력을 유지했다.

미 노동부는 7월 실업률이 전월 11.1%에서 10.2%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 10.6%보다 낮았다.

비농업부문 고용은 176만3천 명 증가했다. 시장 예상 148만2천명 증가보다 많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용지표가 다시 나빠졌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나은 지표로 불안감이 경감됐다.

미국의 원유 채굴 장비 수가 감소세를 이어간 점도 유가를 지지했다.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이번 주 운영 중인 원유 채굴 장비 수는 전주보다 4개 줄어든 176개를 기록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유가의 최근 랠리 등을 고려하면 차익 실현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브조나르 톤하구엔 연구원은 "이번 주 상승한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면서 "투자자들은 코로나19 등 보이지 않는 적을 기억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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