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철광석 가격이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철강업계가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조선업계가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주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후판 가격 인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철강업계의 딜레마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철광석 현물 가격은 118달러로 올해 초와 비교해 25% 이상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 차원에서 대규모 유동성을 풀면서 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주고 중국을 중심으로 철강 생산 규모가 확대된 이유다.

실제로 7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11년 2월 이후 9년 반 만에 최고치인 52.8을 기록했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에,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 국면에 있음을 뜻한다.

이에 철광석 가격은 7월 PMI 호조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7월 철광석 수입량 발표에 선물가격 강세까지 지속하며 약 1년 내 고점을 나타냈다.

철광석 가격이 이처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철광석은 철 함유량이 60~70%에 불과해 철강사들이 제품 1t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1.5t의 철광석이 투입된다.

생산량과 비교해 철광석 투입량이 많아 원재료 가격 상승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료 가격 상승으로 철강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조선사의 잇따른 수주 소식도 철강업계에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유럽, 버뮤다 소재 선사 등과 17만4천㎥급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4척, 5만t급 PC(석유화학제품운반선)선 2척, 1천인승 여객선(RO-PAX) 1척 등 총 9억달러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다.

LNG선 계약은 올해 들어 국내 조선사 가운데 첫 번째 수주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조선업계가 반등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한국 조선사들은 작년보다 56% 감소한 440만CGT를 수주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주액도 110억달러로 절반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하반기 후판(선박을 건조할 때 쓰이는 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 협상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야 하지만, 조선업계는 작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친 수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신규 수주 물꼬를 텄지만, 회복하려면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후판 가격이 오르면 신규 수주가 어려워져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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