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올해 하반기 유료방송 시장에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KT는 최근 현대HCN의 새 주인으로 결정된 데 이어 넷플릭스와의 제휴에도 나서며 체제 정비에 성공했다.

KT의 적극적인 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유료방송업계 점유율 3위로 주저앉은 데다 국내 인터넷(IP)TV 3사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게 되며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현대HCN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HCN 인수가 완료되면 KT는 안팎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KT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KT군의 점유율은 35.47%로 올라가 LG유플러스군(24.91%)과 SK브로드밴드(24.17%)를 확연히 제치게 된다.

매출은 1조원대로 뛸 전망이다.

지난해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의 매출액은 각각 6천946억원, 2천928억원으로, 이들을 합치면 9천87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각각 694억원, 408억원으로, 합산하면 1천102억원이다.

또 기존에 외곽 및 도서·산간 지역 위주의 가입자 분포를 보였던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의 알짜 영업권을 새로 확보하게 된다.

현대HCN은 서울 서초·동작·관악뿐 아니라 부산 동래·연제, 대구 북구, 구미, 포항 등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핵심 권역을 서비스 지역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KT는 이달부터 IPTV 사업에서 넷플릭스와의 동맹도 선언했다.

KT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지난 3일부터 IPTV 서비스 플랫폼인 올레tv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실었다.

넷플릭스 효과는 2018년부터 독점 제휴해온 LG유플러스에서 증명된 바 있다.

2018년 하반기 387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했던 LG유플러스는 1년 새 가입자가 436만명으로 집계돼 이통 3사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가입자 급증에 힘입어 지난해 IPTV 매출은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20~30대 고객 유치뿐 아니라 가입자 유지에도 효과가 크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KT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며 공세를 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업계 2, 3위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1위 KT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단기간의 돌파구 마련은 요원할 모양새다.

특히, 당초 현대HCN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SK브로드밴드는 이번 M&A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며 시장 점유율 3위에 머무르게 됐다.

점유율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SK텔레콤 계열사 중 기업공개(IPO) 순위도 뒤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2센터장은 지난 6일 컨퍼런스콜에서 "원스토어와 ADT캡스를 필두로 계열사 IPO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올 초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계열사 IPO를 공언했을 때 SK브로드밴드가 가장 주목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우선순위가 달라진 분위기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는 최근 KT의 넷플릭스 콘텐츠 도입으로 국내 IPTV 3사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에 맞서게 되면서 고민이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모바일 환경에 맞춘 무제한 월정액 요금제를 내놓는 등 서비스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방대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랑하는 넷플릭스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와 관련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어 양사 간 제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현재 남아있는 M&A 매물 딜라이브와 CMB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딜라이브는 가입자 200만8천명에 점유율은 5.98%에 달한다.

CMB는 가입자 154만439명, 점유율은 4.58% 수준이다.

SK브로드밴드가 둘 중 한 곳을 인수하면 LG유플러스를 끌어내리고 2위로 올라서는 것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은 M&A를 하지 않는 이상 마케팅 등으로 시장 순위를 뒤집기 어렵다"며 "근소한 차이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올 하반기 추가 M&A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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