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KB금융지주가 정국 불안이 지속하는 홍콩을 대신할 전략적 요충지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아시아 금융중심지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홍콩을 대하는 다른 금융지주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현재 싱가포르에 은행과 증권의 지점 설립을 추진 중이다.

KB금융은 그간 아시아 금융시장을 총괄하는 개념으로 홍콩에 IB데스크를 설치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갈등 속에 홍콩의 정세 불안이 격화하자 '제2의 홍콩'을 찾는 게 과제가 됐다.

신설하는 싱가포르 지점은 그 대안이다. 지점이 완성되는 대로 기존 홍콩 데스크는 철수하거나 기능을 줄여 운영할 방침이다.

중국의 금융허브 역할을 했던 홍콩은 미국이 특별지위 박탈과 홍콩자치법 등의 이슈를 꺼내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물론 오랜 시간 국제금융시장으로 자리매김했던 데다 탄탄한 외환보유고까지 있는 홍콩이 단기간에 흔들리긴 어렵다.

KB금융의 본격적인 싱가포르 진출은 그룹의 글로벌 전략상 중장기적인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쩍 금융정책의 방향을 홍콩에서 상해로 틀고 있는 움직임을 고려하더라도 언젠간 '탈(脫) 홍콩'을 고민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룹 차원에서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KB자산운용은 2017년 싱가포르 법인을 세웠다. 최근에는 KB인베스트먼트를 중심으로 마이티잭스 등 현지 기업에 대한 투자를 물색,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최근 핀테크 등의 움직임을 봐도 싱가포르의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당장 홍콩의 지위가 불안해지진 않겠지만 선제로 홍콩을 대신을 금융허브를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그룹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의 탈홍콩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다른 금융그룹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홍콩에 가장 많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2018년 11월 그룹 차원의 홍콩 GIB사업부문이 대대적으로 출범하며 은행의 현지법인은 청산했지만, 여전히 금투와 자산운용 현지법인, 은행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을 비롯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은행 지점과 증권 법인 등 각각 2개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NH금융지주는 증권만 법인을 운영 중이지만 은행이 내년을 목표로 지점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네트워크 모두 현재 정상적인 영업에는 문제가 없다. 금리와 환율 등 홍콩의 금융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그룹 차원에선 홍콩을 둘러싼 정치적인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를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아직은 홍콩이 중국금융시장을 대하는 교두보인 만큼 섣불리 포기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도 중국과 홍콩의 동시 상장을 추진하는 등 여전히 홍콩이 중요한 금융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홍콩 리스크에 대비할 시기가 도래한 것은 맞지만 싱가포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싱가포르나 시드니를 홍콩의 대안으로 꼽는 것은 거래소 등의 인프라 때문"이라며 "최근 들어 채권 발행이나 IB딜 주선 지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에 대한 모두의 고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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