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두고 다시 얼굴을 맞대고 협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거래종결 시한이었던 12일 계약 해제를 발표할 가능성은 일단 사라졌다.

하지만, 양측이 재실사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평행선을 걷고 있어 극적인 합의를 이뤄내기까지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계약 파기에 따른 책임 소재를 서로에게 떠넘기고 향후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고 '시간 벌기'에 나선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금융권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HDC현산은 이르면 이날 양사 CEO가 만나 아시아나항공 계약 이행 문제를 논의한다.

지난 9일 HDC현산이 금호산업의 대면 협상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양측은 협상 장소와 배석자 범위, 안건 내용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진 협의를 진행해 왔다.

대면 협의에는 권순호 HDC현산 사장과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이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는 11일 자정까지였던 아시아나항공 거래 종결 최종 시한을 앞두고 대면협상이 성사됨에 따라 12일 곧바로 계약이 해지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과 관련한 채권단의 입장은 변함없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양측의 협상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양측이 만나는 데 의미를 두고 진전된 협상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분기 아시아나항공이 예상을 깨고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달성한 것이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매출액 8천186억원, 영업이익 1천151억원, 당기순이익 1천162억원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HDC현산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망설였던 만큼 이런 호실적이 HDC현산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호산업 입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시 그룹 전체가 채권단 관리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HDC현산의 재실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절충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이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HDC현산이 막판 대면 협의 제안을 수락했지만,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 입장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HDC현산은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황이 작년 12월 계약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며 이를 점검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재실사 요구는 상식을 넘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계약 무산의 모든 법적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라고까지 했다.

HDC현산은 이번 대면협상의 목적도 재실사를 전제로 한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금호산업 측은 재실사보다 HDC현산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다.

업계에선 두 회사가 이번 회동을 계약 파기 후 소송에 대비한 명분 쌓기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거래가 최종 무산되면 HDC현산은 2천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나설 계획인데, 이번 협상 역시 아시아나항공 거래 파기에 따른 책임을 피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용도라는 것이다.

금호산업 입장에서도 거래 종결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협상에 나서야만 책임을 HDC현산으로 돌릴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은 재실사 범위와 기간 등을 절충하길 원하지만, 금호산업은 재실사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어서 협상 일정과 내용 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250억원 임금 체불 논쟁처럼 결국 입장차만 확인하고 결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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