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내 기업이 외국 통화로 발행한 채권에 증권사 등 국내 금융기관의 관심이 뜨겁다.

국내에서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이익 기대가 작아진 가운데 국내 발행채권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신용리스크 프리미엄이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6월 23일 총 6억 달러 규모 달러채 발행에 성공했다. 당시 가산 금리는 3년물과 5년물 기준으로 각각 동일 만기 미국 국고채 대비 205bp와 245bp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3년물 기준 신용 스프레드만 205bp로, 당시 국내에서 미래에셋대우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약 72.8bp)보다 132bp가량 높다.

같은 발행자인데도 신용위험에 대한 보상은 KP물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KP물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며 "투자자가 지는 신용위험은 같지만, 이에 대한 보상인 신용 스프레드가 훨씬 높은 셈이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투자 매력에 KP물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KP물 매수를 고려하는 와중에 스프레드가 좁혀지면서 빠르게 강해졌다"며 "국내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이 비슷한 판단에 먼저 움직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외화표시 채권의 신용위험을 원화채와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발행채권과 비교해 외화 표시 채권의 유동성이 떨어지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는 "6월 말 원화로 FX 스와프 거래를 통해 달러를 샀다고 하면 캐리가 60bp 정도 훼손이 됐을 것이다"며 "달러화를 조달해야 한다고 보면 고려할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신용스프레드가 작게 나타나는 배경으로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언급된다.

ELS에 몰린 자금이 워낙 많아 회사채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수요가 몰리면 신용스프레드가 작아지고, 회사채 가격은 비싸진다.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ELS는 여전채 또는 회사채 보유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ELS 발행액은 99조9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1년 전보다 15.2% 급증한 결과다.

미국 대비 대체투자 대상이 적은 점도 신용 스프레드가 낮게 유지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ELS 잔고가 늘어난 시기와 신용 스프레드 축소 흐름이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는다"며 "미국보다 대체 투자 대상이 많지 않은 점도 신용 스프레드가 상대적으로 작은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3시 5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