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 가지' 요인 시장 트리거 위험

저금리 기조는 계속될 듯…인플레 위험 주시

"3월 같은 폭락 온다" Vs "위험 선호 지속될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로금리 정책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금리 인하, 정부의 유례없는 수준의 부양책이 시중으로 흘러들면서 자산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미국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제로에 육박한 0.5%까지 떨어졌다. 금값은 2천달러를 돌파한 데서 최근 조정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작년 말과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미국 금융서비스회사인 캐나코드 지뉴이티의 토니 드와이어 수석 시장전략가는 앞서 CNBC에 자신이 분석하는 데이터를 인용해 "초과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2009년 여름, 연준이 양적 완화라는 수도꼭지를 열면서 유동성이 넘쳤던 때와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 가격 상승이 실물 경제와 괴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경기를 선반영한다고 한다 치더라도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남은 상황에서 경기 반등을 섣불리 예단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미국 경제가 지난 2월에 정점을 찍고 침체에 진입했다고 지난 6월 초 선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약 10년간 이어오던 미 경제의 확장이 종료됐다는 의미다. 코로나19에 따른 확장세 종료에 미국 증시는 그야말로 고꾸라졌다.

이전 마지막 침체였던 2007년 12월 시작된 경기침체는 2009년 6월로 끝나 18개월간 지속했다. 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장기간 침체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이 2009년 3월인 점을 고려하면 침체 종료 이전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 플러스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가 큰 상황에서 지금의 주가 상승이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IMF는 내년 미국의 성장률을 4.5%, 세계 성장률을 5.4%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의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는 얘기다.







<S&P500지수와 금 선물 가격 추이, 2009년 이후 현재>



하지만, IMF는 지난 6월부터 금융안정보고서(GFSR)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 현상이 자산 가치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IMF는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시장 가격과 펀더멘털에 기초한 밸류에이션(가치)의 차이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사라지면 실물경제와 시장의 괴리 현상이 위험 자산의 가치에 또 다른 조정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당시 시장 심리 변화를 촉발할 요인으로 ▲ 코로나19 '2차 유행'과 ▲ 각국 금융당국의 통화정책 변화, ▲ 무역을 둘러싼 글로벌 긴장 재고조 등을 꼽았다.

코로나는 미국에서 또다시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V자형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지 오래다. 다만 백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내년이면 백신이 시중에 유통돼 빠른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며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코로나를 완전히 종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백신이 개발되고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각국 중앙은행들의 무제한 통화정책 공급이 되돌려질 위험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시장과 당국은 연준이 2013년 양적 완화종료를 시사해 신흥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유례없는 수준의 유동성 투입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연준은 기존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 금값이 최근 2천달러를 돌파한 것도 이러한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수요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은 연준의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오래 지속할 것에 베팅하고 있다. 연준은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상황이 악화할 경우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 카드까지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은 2022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17명 중 2명은 2022년에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가 통제되고 인플레이션이 2%를 웃돌게 될 경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출구전략을 시사만 하더라도 2013년과 같은 혼란이 재현될 위험이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7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6% 올라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직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수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도 열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준의 회사채 매입으로 BOA 미 회사채지수 금리는 최근 1.87%로 떨어져 데이터를 집계한 1996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에도 많은 기업이 저금리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은 1조4천억달러로 전년 대비 74% 급증했다.

기업들의 과도한 레버리지는 중앙은행들에 또다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금리 인상기에 이는 대규모 디폴트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2000년 이후 추이>



세 번째 위험은 무역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위해 무역전쟁을 다시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지만, 코로나19로 양국의 정치적 갈등이 강화되고 있어 언제든지 무역전쟁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

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오히려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부상도 예사롭지 않다. 금융시장은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친기업적 정책이 모두 되돌려질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웹캐스트를 통해 트럼프의 재선을 점치며 대선을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시장이 뒤집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3월 저점 수준까지 시장이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월가의 유명 강세론자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이번 주 보고서를 통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유례없는 유동성과 강세장 추세에 힘입어 연말에 3,500선에 도달하고 내년에는 3,80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누구의 전망이 맞을지는 코로나19 상황 만큼이나 불확실해 보인다.

ys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4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