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CJ그룹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 정리에 속도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경영 효율화 작업으로 보인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 및 CJ그룹 등에 따르면 CJ그룹은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업 재평가를 진행해 자산 매각 우선순위를 분류, 관계자들을 상대로 시장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 계열사의 비주력 사업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올 상반기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해외자산을 정리하는 방안이 우선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업 재평가 등을 진행해 매각 대상이 어느 정도 추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동안 확장 정책을 펴 온 글로벌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도 모두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업 재편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CJ그룹 역시 비주력 계열 사업 재편 및 그룹 차원의 현금 확보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는 올 상반기 중국 단체급식 사업 계열사인 '상하이 블루 위시 케이터링 서비스 회사'의 보유 지분 100%를 모두 처분했다.
2012년 법인 설립 이래 8년 만에 중국 현지 급식사업을 접은 것이다.
이 회사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CJ프레시웨이는 코로나19로 학교·병원·직장 등 단체급식 수요는 감소했지만, 식자재 유통 부문을 강화하고 우량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해 실적 회복을 노리고 있다.
뚜레쥬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CJ푸드빌도 해외 사업 부문을 재점검해 수익이 나지 않는 곳부터 과감히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J푸드빌은 CJ그룹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 맞춰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며 외형 확장에 주력해 왔지만 지난 수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백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면 국내에서 메우는 구조가 계속됐고, 올들어 코로나19로 국내 부문도 무너지자 결국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신규 투자를 전면 중단했다.
CJ푸드빌은 최근 CJ베이커리 베트남, CJ푸드빌 베이커리 앤드 카페 인도네시아, 미국 CJ푸드빌 등 해외 법인의 차입금 기간연장에 모두 지급보증을 섰다. 총 500억원 규모로 CJ푸드빌의 자기자본의 63%에 달한다.
CJ 관계자는 "그동안 확장 정책을 폈던 해외사업 부문이 재무적으로 큰 압박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코로나19로 올해도 흑자 전환이 힘들 것으로 보여 수익성 위주로 몸집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이 CJ푸드빌 자체를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알짜 사업인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고, 최근 CJ제일제당과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비고 브랜드를 CJ제일제당에 넘기면서 뚜레쥬르까지 매각에 성공할 경우 CJ푸드빌은 빕스, 계절밥상 등 외식사업 부문만 남게 된다.
외식업 불황으로 매각이 여유치 않을 시 CJ제일제당 등 다른 계열사로 흡수되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부진한 해외 사업 정리도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CJ CGV도 해외 자산을 잇달아 처분하고 있다.
지난달 324억원 규모의 베트남 현지 부동산 법인 지분을 모두 매각했으며, 지난 연말에는 중국과 베트남·인도네시아 통합법인 CGI홀딩스 지분 28.57%를 MBK파트너스·미래에셋대우PE 컨소시엄에 팔았다.
신용평가사들이 CGV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을 추가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해외 자산 추가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 관계자는 "CJ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향후 1~2년 간은 다시 팔아 효율화를 추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변화한 추세에 맞춰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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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명 이현정 기자
- 입력 2020.08.21 09:54
- 수정 2020.08.21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