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정부의 유례없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내년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비율이 47%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번 주 예정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의 연례협의에 금융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국가채무비율 상승은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4일과 5일 피치 연례협의를 진행한다.

피치는 지난달 27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0.9%로 유지했다. 코로나 19 재확산에도 경제 위축 정도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나은 수준이라는 게 성장률 유지의 이유다. 한국은행은 같은 날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한국 재정적자 수준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낮다면서도, GDP 대비 부채비율 상승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의 보고서 발표 이후 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내년 국가채무비율이 46.7%까지 높아질 것으로 발표했다.

피치는 지난 2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증가할 경우 중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가 경고한 국가채무비율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도 이른 시점에 도달하는 셈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피치가 한국을 겨냥해 특정 숫자를 언급했던 만큼, 예산안 발표 이후 진행되는 연례협의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예산안 발표를 전후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가 확대된 데다 외국인의 3년, 10년 국채선물 순매도 강도도 커지는 등 외국인의 한국물 이탈 우려도 커졌다.

외국인은 코스피를 5거래일 동안 2조3천430억 원어치 팔았다. 3년 국채선물은 6거래일 동안 9만1천122계약, 10년 국채선물은 3만1천364계약 각각 순매도했다.

시장참가자들은 피치가 당장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단행하지는 않겠지만, 전망과 관련한 부정적인 코멘트가 나오면서 투심을 약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재정 건전성 부담이 커진 데다 공교롭게도 예산안 발표 직후 신평사 면담이 예정되면서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외국인이 주식과 국채선물을 대거 매도하고 있어서 불안함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신평사는 재정건전성과 통화정책, 거시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국가 등급을 매기는데, 당장 등급을 조정할만한 이슈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에 코멘트가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변수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4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