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이어 홍콩계 PEF로 전략적 우군 확보

자본확충으로 손실흡수 능력↑…M&A·자회사 지원 가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세계적인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이하 베어링PEA)와 손잡고 1조2천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신한금융이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전략적 투자자로 영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와 베어링PEA는 신한금융이 진행하는 1조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략적 투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어피니티와 베어링PEA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보통주를 각각 6천억원 안팎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이들은 4%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의 신한금융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한금융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9.92%) 이다. 블랙록(6.13%)과 우리사주조합(5.11%), BNP파리바(3.55%), 씨티뱅크(2.80%), 싱가포르투자청(2.54%) 등도 그 뒤를 잇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국내 PEF인 IMM PE를 주주로 맞이했다. 당시 IMM PE는 7천5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전환가액 4만2천900원·당시 지분 추정치 3.7%)를 인수했다.

블랙록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임을 고려하면 국내외 PEF 3곳이 국민연금에 이어 사실상 2대 주주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20여년 가까이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온 BNP파리바를 넘어서는 규모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재무 건전성도 크게 개선된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신한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42%다. 한때 14%에 육박했던 CET1 비율은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등 연이은 국내외 인수합병(M&A)으로 11%대까지 떨어졌다. 만약 1조2천억원 규모의 자본이 수혈된다면 단순 계산만으로 12% 가까이 CET1 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본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요청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지주가 자금 공급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한금융은 오는 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관련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글로벌 PEF "韓 금융주 너무 싸다"

지난달 박영택 어피니티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방한해 조용병 회장과 비밀리에 회동했다. 그만큼 이번 딜에 대한 의지가 컸다는 후문이다.

국내 금융지주를 향한 글로벌 PEF의 러브콜이 빗발치는 것은 비이성적으로 낮은 주가 때문이다.

연간 4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내는 신한금융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10년 전으로 회귀했다. 자산가치를 보여주는 PBR은 0.33배까지 떨어졌다.

비단 신한금융만의 일은 아니다. KB·하나·우리 등 대형 금융지주의 PBR은 0.24~0.39배 수준에 불과하다. 지방 금융지주는 0.2배도 채 되지 않는다.

이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갈 곳 잃은 유동성을 담아낼 투자처로 한국의 금융지주가 부상하는 모양새다.

지난 6월 KB금융지주가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천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칼라일은 KB금융의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며 향후 5년 이내 4만8천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 전략적 우군 확보…손보 등 추가 M&A도 가능

신한금융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지난해 IMM PE 영입 이후 16개월만이다. 이는 조용병 회장의 경영에 힘을 실어줄 전략적 우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주가 된 경영 참여형 PEF는 사외이사를 통해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 전략적 투자자인 BNP파리바는 필립 에이브릴을 기타상무이사로, IMM PE는 이윤재 사외이사를 추천해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어피니티와 베어링PEA가 각각 한 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할 경우 현재 11명의 신한금융의 사외이사는 1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유상증자로 늘어난 자본은 위험가중자산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여력도 만들어준다. 은행 중심의 대출 공급은 물론 투자상품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금투 등 자회사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다.

시장에선 신한금융의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한다. 최근 매물로 나온 프랑스계 AXA손해보험이 대표적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한 신한금융이 유일하게 보유하지 않은 비은행 계열사가 손해보험사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활약하는 홍콩계 PEF가 주주로 영입된 만큼 향후 해외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이미 미국계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도 펀드를 조성해 투자 범위를 넓힌 바 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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