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지급수단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으로 편리성을 꼽고 있다.

10명 중 4명이 물건을 사고 결제를 할 때 자신한테 가장 편리한 수단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꺼내 드는 셈이다.

편리성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는 날이 갈수록 커져 2017년 31.7%였던 것이 지난해 40.3%를 나타냈다.

지급수단별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결제수단도 신용카드가 80.8점을 얻어 현금(79.5점)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국내 소비자들은 가장 편리한 결제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선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요국 1인당 신용카드 이용 건수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월등하게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주요국들의 1인당 신용카드 이용 건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208.1건으로 미국(113.7건), 캐나다(125.0건), 호주(102.5건) 등을 제치고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신용카드 보급은 확산해 있으나 신용카드를 결제에 사용하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신용카드가 가장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도구로 거듭난 데는 20년 이상 꾸준히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를 보급해온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과 신용카드사들의 선진기술 도입에 있다.

전국 300만개 가맹점 어디서나 다양한 신용카드를 지체 없이 사용하고 결제에도 5초가 걸리지 않는 신용카드의 천국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처럼 신용카드를 가장 편리하게 지급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나라에서 혁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작 혁신으로 내놓은 결제수단이 중국에서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QR코드를 이용한 '00페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를 꺼내 드는 것보다 한단계를 더 거쳐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열어야 하는 QR코드를 굳이 찾아 사용할 이유가 많지 않아 이미 실패의 길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서울시의 제로페이가 여전히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도 그렇고 대형 카드사들이 내놓은 QR코드 기반 결제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추가로 나올 카드사들의 결제수단도 대부분 QR코드 기반이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결제가 많이 늘어났다고 해도 여전히 8대 2 정도로 오프라인 결제가 주류를 이루는 지급결제 시장에서 카드사들은 비용을 들여 굳이 결제 인프라 혁신에 나설 이유가 많지도 않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간단히 갖다 대는 동작으로 결제할 수 있는 삼성페이가 점차 확산하며 미래세대의 결제수단을 선점해가고 있다는 점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스마트폰과 결제수단이 하나로 결합해 이를 서비스하는 기업은 각종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결합해 수익원을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나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CT기업들이 보다 편리한 결제수단을 선점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에 불과한 삼성페이는 올해 8월 현재 가입자 수 약 1천900만명, 누적 결제금액은 80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새롭게 개발한 결제 시스템이 QR코드 기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소비자 접근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며 "아직은 신용카드로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보다 편리한 결제수단으로 국내 소비자를 파고든다면 신용카드사들이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부 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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