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5조 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 시행을 발표했지만 국고채 초장기물의 수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국고채 단순매입이 주로 10년 이하 구간, 비지표물 위주로 시행됐는데 이번에도 비슷하게 진행될 경우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9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은은 전일 장 마감 뒤 올해 내 5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고채 단순 매입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되 가급적 월말께 이뤄지고, 한은의 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을 상대로 복수금리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의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초장기물의 수급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지 의문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수요 측면에서는 과거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이 주로 10년 이하 구간에서 비지표물 위주로 진행됐고, 공급 측면에서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초장기물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4차 추경이 7조5천억 원이라고 가정하고 여기에 초장기물 발행 비중을 35%로 적용하면 10~12월 초장기물에는 2조6천억 원 가량의 추가 물량이 배정된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4차 추경 물량이 초장기물에 반영되는데 반해 한은 단순매입은 10년 미만 구간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며 "초장기물 발행 수량이 여전히 많아서 수급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장기물 국고채를 사서 장기 보유하는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한은이 초장기 구간 단순매입을 하지 않는 것을 더 환영하는 입장이다. 금리가 높아야 채권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보험사들이 전반적으로 초장기물의 단순매입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보험사들이 대체투자도 많이 하지 못했고, 연말까지 채권을 더 사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 초장기물이 다른 구간과 다소 분리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뉴스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은이 10년 이하 구간에서 단순매입을 시행하더라도 다른 구간의 강세에 초장기물 금리가 함께 하락할 수 있다.

실제로 단순매입 소식에 9일 오전 9시 58분 현재 국고 20년물은 민평금리 대비 3.1bp, 30년물은 3.3bp 하락세를 나타냈다.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단순매입 소식이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초장기물 구간은 공급 부담이 증가했다"며 "연말이 다가올수록 스티프닝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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