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6년만에 연임에 성공한 '산은 수장'이 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완전히 달라진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이 회장의 앞날은 지난 3년보다 더 혹독한 난제들로 가득차 있다.

당장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면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하고,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에서 초래된 두산그룹 정상화 방안도 뒷받침해야 한다.

대주주마저 발을 빼려고 하는 쌍용자동차에 유동성을 지원해 줄 것인지 여부도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자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펀드에서 산은이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에도 주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이동걸 회장 연임 제청을 승인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앞으로 3년 더 산은을 이끌게 된다.

이 회장은 당초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연임에 강한 의지가 없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크게 달라진 경제상황과 그에 따른 산은의 중추적 역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요청을 따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과 해운은 물론 주요 기간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산은 수장을 바꾸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이 연임 후 가장 먼저 당면한 현안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항공업황 등을 고려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산은은 향후 처리를 모두 감당해야 할 처지가 됐다.

산은 등 수출입은행은 일단 플랜B 가동을 위한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는 11일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산은 등 채권단은 11일 오후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의를 열고 2조원 안팎의 긴급 자금지원 방안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국영화' 전환 등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등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차원의 뒷받침도 주요 현안이다.

산은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긴급 자금을 지원해 주는 대가로 고강도 자구계획안 실행을 요구한 상황이다.

이에 두산그룹은 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각한다는 목표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솔루스와 모트롤 사업부 등 알짜 계열사와 사업들을 매각했고, 박정원 두산 회장 등 두산가 총수 일가는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사재출연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산은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측면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문제도 산은이 주시하는 현안이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대한 투자를 접은 가운데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섰으나 현재로선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산은 등 채권단은 쌍용차 최대주주의 가시적인 지원과 고강도 구조조정이 없이는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고용 등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사업 주관 역시 산은의 몫이다.

특히 향후 5년간 총 160조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형 뉴딜펀드는 실질적으로 산은이 조성하고 재정 지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만큼 이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중요한 정부 정책의 지속성 차원에서 볼 때 이 회장 연임은 어쩌면 필수적이었다"면서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큰 숙제를 끝내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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