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과거 흥행작의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내놓은 작품의 흥행이 계속되고 있다.

PC 온라인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업계 트렌드를 이끌어가면서 일각에서는 게임사들이 기존 IP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최상위권 게임 대부분은 과거 흥행한 PC 온라인 원작을 확장한 작품으로 나타났다.

1~2위를 차지한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비롯해 3위 '바람의나라:연', 5위 '라이즈 오브 킹덤즈' 등은 과거 PC 온라인 원작을 재해석하거나 기존의 타이틀을 모바일 버전으로 선보인 게임들이다.

게임 매출 순위 5위권 중에서는 4위를 차지한 'R2M'만이 원작이 없는 신규 게임으로 꼽힌다.

매출 상위 10위권으로 범위 넓히면 신작 비중은 다소 늘어나지만, 여전히 원작 IP를 보유한 콘텐츠의 기세가 만만찮다.

'뮤 아크엔젤', '라그나로크 오리진', 'A3: 스틸얼라이브' 등은 모두 PC 원작의 IP를 따와서 모바일로 만든 작품이다.

'올드 IP'의 기세 속에 신규 게임인 '라이즈 오브 킹덤즈', 'V4', '기적의 검' 등이 간신히 10위권 안에 안착했다.

앞으로 출시될 게임 중에서도 기존 IP를 활용한 작품이 상당수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출시된 PC 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의 차기작 '블레이드 앤 소울2'의 연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2000년대 서비스했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트릭스터'와 골프 게임 '팡야'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신작 3종 '트릭스터M', '팡야M'도 내놓을 예정이다. 연내 출격을 예고한 '프로야구 H3' 역시 2017년 출시돼 서비스 중인 '프로야구 H2'의 후속작이다.

넥슨의 기대작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도 2005년 출시한 PC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 버전이다.

넷마블은 스테디셀러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세븐나이츠2'를 내놓을 방침이다.

이처럼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가 '올드 IP' 위주의 판이 된 것은 2017년 리니지 IP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리니지M이 성공을 거두면서다.

이후 인지도가 높고 유저층을 확보한 기성 IP 기반의 게임 출시가 본격적으로 늘어났다.

성공 이력이 있는 IP 활용은 나날이 치열해지는 콘텐츠 경쟁 속에서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 감소도 업계가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로 꼽힌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으로 이용자 기반이 증명된 IP를 활용할 경우, 초기 트래픽을 확보하고 마케팅비를 줄이는 등 이점을 누리며 출시 초기 흥행 및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축소할 수 있다"며 "팬덤이 확보된 IP 활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흥행작의 '재탕', '삼탕'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게임사들이 신작 발굴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명 IP에 기대는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중국 게임사들이 자체 IP를 구축하고서 국내에 다양한 게임을 대거 내놓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자칫하면 국내 시장이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얽매여 신작 IP 발굴을 소홀히 하면 결국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새로운 게이머를 흡수하고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발 역량을 쌓고 신작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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