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각국 정부가 쏟아내는 것보다 더 빨리 국채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 구제 조치로 지출한 자금에 대한 유로존의 차입 비용은 철저히 억제되고 있다.

◇유로존 신규 국채 3천670억 유로 vs ECB 매입6천760억 유로

ECB의 강한 매입에 힘입어 유로존 국채수익률은 극도로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10년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은 -0.467%로, 전일의 -0.427%에서 내렸다.

ECB 국채 매입의 실질적 수혜자는 유로존의 더 위험한 국가들이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7월 말 이후 1% 근처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은 0.976%까지 저점을 낮췄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ECB는 국채에 6천760억 유로를 지출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같은 기간 유로존 국가들은 3천670억 유로의 신규 국채를 발행했다.

ECB는 중앙은행의 재정지원(Monetary Financing)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직접 매입이 아닌 유통시장에서 사들이고 있다. ECB가 매입할 수 있는 신규 채권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예년에 발행된 기존 채권을 매입한다.

◇이탈리아 국채 20년물 100bp 하락…그리스도 10년물 1.2%에 조달

이 영향으로 유로존 정부의 대출은 더 쉬워졌다.

이번주 초 이탈리아는 100억 유로를 조달하기 위해 20년물 국채를 매각했는데 금리는 1.8%였다. 팩트셋에 따르면 4월만 해도 20년물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2.8%를 웃돌았다.

그리스는 지난 2일 10년물 국채를 발행해 25억 유로를 조달했다. 조달 금리는 1.2%로, 3월 시장 혼란기 가장 높았던 금리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낮은 금리가 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경제 구제 조치를 위해 지출을 늘려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ECB는 이를 소화하는 것 이상의 행동에 나서고 있어서다.

◇올해 순국채 공급 마이너스 730억 유로 예상

UBS는 유럽 국가들의 순 국채 공급이 2020년에 -730억 유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에는 1천820억 유로에 달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올해 정부가 매각하려는 것보다 더 많이 국채를 매입할 계획임을 시사한다.

UBS의 로한 칸나 금리 전략가는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에 따른 막대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며 "ECB의 존재는 원활한 시장 기능을 위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CB는 전일 국채 매입 약속을 재확인했다. 팬데믹에서 유로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양적완화의 일환으로 ECB는 순자산 매입에 나서는데, 3월에 7천500억 유로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6월에는 이를 1조3천500억 유로로 확대했다.

◇ 남유럽 채권 비중 확대는 진행형

매입 대상에는 국채와 회사채가 포함돼 있다. 유로존 경제 전반에 고르게 매입하기보다는 가장 필요한 지역이 직접 자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연성 있게 이뤄지고 있다. 주로 취약한 경제로 인식되는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이 대상이다. 앞서 2014년부터 2018년, 또 2019년 11월부터 매달 수십억 유로의 채권을 사들이는 자산매입프로그램의 연장 선상이다.

BNP 파리바 SA의 벤 드 포톤 채권시장 뱅커는 "ECB의 영향은 엄청나다"고 진단했다.

유럽위원회는 이탈리아 경제가 올해 11.2%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로존에서 가장 큰 타격이다.

JP모건 체이스의 리처드 구스타드 유럽 채권 트레이딩 대표는 "일부 난해한 헤드라인과 경제 지표에 약세를 보일 수 있는 데도, 매일 엄청난 매수자가 들어와 가격을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한다"며 "시스템에 사지 않으면 시장에는 매도세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가 정부 발행보다 더 많은 국채를 사들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가 채무 위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국채를 사들이던 2015년부터 2017년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했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맥 고랭 글로벌 금리 대표는 "ECB는 인플레이션 목표인 2%를 달성하는 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ECB가 가진 가장 쉬운 도구는 채권매입프로그램"이라며 자신이 운영하는 펀드에서 남유럽 채권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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