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최근 통화량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부동산 등 금융시장 불균형이 지속하면서 한국은행의 매파 전환을 경계하는 시각이 강화되고 있다.

1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민간평가사가 평가한 만기 1년 금리는 전 거래일 0.692%로, 기준금리(0.50%)를 20가량 웃돈다. 이는 향후 기준금리 변화 기대가 인하보다는 인상으로 쏠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도금리에 반영된 기준금리 기대를 살펴보면 8월 중반부터 추가 인하에서 인상으로 바뀌었다"며 "현재는 6개월 내 25bp 기준금리 인상을 60%가량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펀더멘털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시장 참가자들이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셈이다.

최근 유동성 지표도 증가세가 더욱더 가팔라지면서 이러한 우려를 자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천92조8천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0.1% 급증했다. 지난달 전년 대비 증가율(9.9%)을 상회할 뿐만 아니라 2009년 10월(10.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시장에서도 아파트 급매물이 출회하는 반면 일부 단지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불안이 지속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정부의 주택 관련 대책,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등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그간의 주택거래 증가, 전세가 상승, 금년 하반기 분양 및 입주 물량 확대 등이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상 최저 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부각되자, 일부에서는 한은이 섀도 타이트닝(그림자 긴축)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한편으로는 국채를 더 매입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통안채를 더욱 발행해 초과 유동성을 흡수하는 이중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 통안채 발행 잔액과 이자 비용이 낮은 수준이라며 한은이 통안채를 추가로 10조~20조 원 발행해 잔액을 190조 원 수준까지 늘릴 여지가 있다고 추정했다.

채권시장에서도 한은이 통안채 발행을 늘려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작년 말에 비하면 통안채 발행이 늘었다"며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통안채를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통안채 발행 잔액의 단기 변화보다는 중기적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안채 발행잔액은 몇 년 전 180조 원 수준이었는데, 현재 160조 원 후반대로 축소 흐름이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향후 기준금리와 관련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미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미국과 호주 등 주요국과 달리 한은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낮게 유지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최근 단기물 불안은 계절적 영향도 있지만, 통화정책 기대가 사라지고 기조가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통안채 발행 잔액과 협의통화(M1) 증가율 추이, 출처:노무라증권, 한국은행]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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