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주목할 내용은 '금융투자소득'의 신설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요건의 완화다. 양도차익 과세에 대한 논쟁은 워낙 많았으니, 사실상 잊혀진 상품이 되어버린 ISA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2016년 서민과 중산층의 자산형성을 도모하고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출범했던 ISA는 그 동안 어떠한 성과를 올렸는가,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내년부터는 ISA가 활성화될 것인가, 무엇이 달라져야 본래의 취지가 달성될 것인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는 올해 7월 말 기준 가입자 수 198만명, 투자금액 6조4천억원(계좌당 322만원)에 그치고 있다. 가입 추이를 보면 출시 당월인 2016년 3월에만 은행권의 적극적 영업에 힘입어 120만명의 가입자를 기록했을 뿐 4월 57만명, 5월 36만명, 6월 23만명, 7월 2만명 증가에 그치더니 2016년 11월 말 241만명을 정점으로 가입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서민형 비과세 한도를 400만원까지 확대했고 가입기간 중에도 인출을 허용했으며 가입시한을 2021년 말까지로 3년간 연장했지만 그 후에도 가입자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투자금액 증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도 세법 개정안에 담긴 ISA 세제지원 요건의 완화 내용을 보면 가입 대상이 근로소득자 및 사업소득자, 농·어민에서 19세 이상(근로소득이 있는 경우 15세 이상) 거주자로 확대되고 계약기간이 5년에서 3년 이상으로 완화되며 연간 2천만원인 투자금 납입 한도가 계약기간 중 최대 5년간 이월이 허용된다. 기존에는 이월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간 2천만원 한도를 다 사용하지 못한 경우 잔여한도를 사용할 수 없었다. 또 운용기관의 경우 신탁업자와 투자일임업자에 투자중개업자가, 운용재산의 경우 예·적금, 펀드, 리츠, 파생결합증권에 국내 상장주식이 추가된다.

ISA에 주식이 추가되면 2021년부터 양도차익은 소득(이자·배당소득)에 포함되지 않는 반면 양도차손은 손실에 포함되어 공제되므로 4백만원(서민형) 또는 2백만원(일반형)의 비과세 한도가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2021년에 일반형 ISA에 가입해서 3년간 6천만원을 납입하고 주식과 펀드에 절반씩 운용해서 주식에서 2백만원의 양도차손과 펀드에서 4백만원의 배당소득이 발생한 경우, 소득은 4백만원이 아니라 2백만원으로 비과세한도(2백만원)를 모두 적용 받는다. 차손 공제가 없었더라면 납부했을 세금 20만원(9.9%의 분리과세)을 내지 않는다.

이 정도의 세금절감효과가 투자자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ISA의 핵심은 일정 소득에 대한 비과세와 초과 소득에 대한 저율(9.9%)의 분리과세이다. 이자·배당소득 세율 15.4%와 2023년부터 도입될 금융투자소득 세율 22%를 감안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닌 서민·중산층의 입장에서 ISA를 활용하지 않을 까닭은 없다. 그럼에도 내년 이후에도 상황이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이유는 비과세 한도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현행 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기간이 늘어나고 투자금액이 늘어날수록 비과세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국과 일본을 보면 그 이유가 보다 분명해진다. 1999년 ISA를 처음 도입한 영국의 경우 2019년 4월 기준 가입자 수는 2천203만명으로 18세 이상 인구의 절반 정도가 가입되어 있다. 2020년 4월 기준 운용 자산의 시장가치는 5천844억파운드(약 891조원)에 달한다. 일본은 주식시장 활성화 목적으로 2014년 3월 NISA(Nippon ISA)를 도입했는데 2019년 3월 기준 가입자 수 1천155만명, 투자액 16조4천억엔(약 183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ISA의 6조4천억원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두 나라의 경우 연간 납입액 제한이 있지만 비과세 한도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가계의 금융자산 관리, 그리고 금융시장의 전반적 활성화라는 취지에 매우 충실하다. 모든 금융회사들이 ISA를 판매할 수 있고 예금, 주식, 채권, 펀드, 보험 등 모든 금융상품을 편입할 수 있다. 영국의 금융소비자는 자기가 신뢰하는 금융회사 하나를 선택하여 하나의 ISA로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금융회사는 동일한 ISA를 통해 차별적인 자산관리 역랑을 보여야 하는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금융권역별 규제차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운용사, 그리고 독립투자자문업자(IFA)가 똑같이 경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운용재산에 주식이 추가되었지만 채권, 보험 등이 배제되어 있다. 특히 보험이 빠진 것은 종합자산관리라는 소비자 편익과 금융회사 간 공정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2021년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금융상품자문업이 시행된다. 보험을 포함한 모든 금융상품이 자문 대상이 된다. 2022년부터 ISA 비과세한도가 확대되거나 폐지되고 운용재산에 채권, 보험 등이 포함되며 여기에 자문이 결합된다면, 우리나라도 ISA 활성화와 명실상부한 개인종합자산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내년은 아닐지라도 내후년에는 이러한 변화를 기대해본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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