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배터리 업계에서 수년간 제기된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의 분사가 물적 분할 방식으로 곧 현실화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화학이 배터리 부문 성장을 위해 석유화학 부문과 사업 방식이 상당히 다른 전지사업 부문을 분사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물적 분할 방식을 택함으로써 배터리 부문의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투자한 기존 LG화학 주주들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하고 오는 17일 이사회를 통해 이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 성장을 위해 IPO나 프리 IPO 등을 통한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 사업 등에서 남긴 이윤으로 투자를 집행하면서 석유화학 시황에 따라 투자에 차질을 빚거나, 투자 규모에 한계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8년 2조314억원이었던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에는 1조4천178억원으로 30% 넘게 줄었다.

따라서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사해서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LG화학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한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매년 3조원 이상의 투자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 배터리 업계에 투자자금이 쏠리는 데 따라 분사와 IPO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업방식이 다른 석유화학 부문과 전지사업 부문을 다른 회사로 분리해서 각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돼 왔다.

LG화학 관계자는 "사업 방식이 상당히 다른 석유화학 부문과 전지 사업 부문이 한 회사에 있는데 따라 투자의 우선순위 등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방법이 없는지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LG화학이 택한 물적 분할의 분사 방식은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물적 분할은 전지사업부문을 분사해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삼는 방식이다.

분사 후 그룹 지배구조는 ㈜LG-LG화학-배터리 신설 법인 형태가 되며, ㈜LG를 필두로 LG화학은 자회사, 배터리 신설 법인은 손자회사가 된다.

LG화학이 이런 물적 분할 방식을 택하는 것은, 인적 분할로 분사할 경우 ㈜LG는 현재 LG화학에 대해 지분을 보유한 만큼만 배터리 신설 법인 지분을 보유하게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LG는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LG화학 지분 30.06%를 보유하고 있으며, IPO를 단행하면 지분율은 더욱 떨어진다.

배터리 사업이 LG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거론되는 점을 고려하면 ㈜LG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반면 기존 LG화학 주주들 입장에서는 인적 분할하면 배터리 신설 법인의 주식을 같은 비율로 받을 수 있는데, 물적 분할하면서 원래대로 LG화학 주식만 보유하게 된다.

투자자금이 배터리 신설 법인으로 쏠리면서 전지사업부문의 성과가 LG화학 주가에 상대적으로 덜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배터리 부문의 성장성을 바라보고 LG화학에 투자한 기존 주주들이 물적 분할에 따라 석유화학 부문에 주로 투자하게 된 셈이라는 반발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물적 분할 방식은 배터리 신설 법인가 다른 법인에 투자할 때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배터리 신설 법인이 또 다른 신설 법인에 투자할 때 지분 100%를 거느려야 한다는 의미로, 다른 회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 어려워진다.

이날 오전 유가증권시장에서 강보합세였던 LG화학 주가는 전지사업부문의 물적 분할 소식이 알려진 후 급락세를 타며 전일보다 5.27%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가 마감됐다.

다만 분사와 자금 조달을 통해 배터리 신설 법인이 가파르게 성장할 경우 모회사인 LG화학 기존 주주들 역시 과실을 함께 누리게 되는데 따라 물적 분할이 호재라는 반론도 나온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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