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영국 파운드화가 달러·엔 등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에서 파운드화 추가 약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많다며, 한때 기축통화였던 파운드화의 쇠퇴가 영국 경제의 불안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달러 환율은 1.28달러대를, 파운드-엔은 135엔대를 기록해 각각 약 1개월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운드화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이 난항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올해 1월말 EU를 탈퇴했지만 12월말까지 이행기간을 뒀다. 이 기간동안 EU 회원국과 동일한 관세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해당 혜택이 없어진다.

경제활동 혼란을 피하기 위해 양측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관세·어업권 등 많은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다.

지난 7일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10월 15일까지 EU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노딜 시나리오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은 "기업활동이 크게 제약될 것이라는 불안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추가 완화에 나서리라는 관측도 파운드 약세를 부르고 있다.

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1%까지 떨어뜨렸다.

하지만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지난 8월 말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해 완화 수단은 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중앙은행 계좌에 예치하는 예금 일부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정책이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퍼졌다.

마침 영국 중앙은행은 이달 17일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우치다 미노루 애널리스트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며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영국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금액이 적어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면 파운드화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경제가 코로나19 여파로 미국과 유로존, 일본보다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파운드 약세 배경으로 꼽힌다.

영국의 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59.8% 감소해 1955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미국(31.7% 감소), 유로존(39.4% 감소), 일본(28.1% 감소)에 비해 감소폭이 상당하다.

니혼게이자이는 EU 이탈 이후 영국이 명실상부하게 다른 경제권으로 분류되면서 파운드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우치다 애널리스트는 파운드-달러 환율이 1.20달러를 밑도는 수준에서 정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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