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 해 새로운 법인을 신설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자 LG화학이 곤혹스러워운 처지에 빠졌다.

이에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차동석 부사장이 직접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차 부사장은 신설되는 배터리 법인이 오히려 LG화학의 주주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향후 투자자금 확보를 위한 기업공개(IPO)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IPO를 추진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을 방지하고자 배터리 법인의 지분율을 70~80% 정도 보유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해외 주식시장 상장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점이 눈에 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일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결정한 이사회 직후 주주 및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콜을 개최했다.

컨퍼런스콜에서 LG화학 CFO인 차동석 부사장은 "곧바로 IPO를 추진하더라도 통상 1년 정도 걸린다"며 "아직 규모나 시기를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않았고 신설 법인을 설립한 후 상황을 보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IPO에 앞서 외부 차입이나 에쿼티파이낸싱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제기된 프리(Pre)-IPO나 전략적투자자(SI)와 손잡는 방법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프리-IPO는 정식 IPO 이전에 일정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금 유치의 형태다.

차 부사장은 해외 상장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IPO에 대해 깊은 계획은 아직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신설 법인을 설립한 후 필요한 자금을 기준으로 IPO를 고민할 것이며, 다른 시장은 규모나 적정성을 고려할 때 배제할 요소는 아니다"고 답했다.

또 "계열사 중 LG디스플레이도 경험이 있다"며 뉴욕증시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것을 예로 들었다.

나스닥 상장이나 한국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LCD는 2004년 한국 기업 최초로 한국 유가증권시장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동시에 상장한 바 있다.

LG화학은 또 배터리 사업의 실적 전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차 부사장은 "올해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상당히 양호할 것"이라며 "시장 컨센서스는 6천500억원 수준이지만 그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터리 사업 부문은 올해 매출 12조~13조원을 예상하며 내년에는 10조원대 후반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이 긴급하게 컨퍼런스콜을 연 것은 배터리 사업의 분사가 회사의 실적 전망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인 데다, 물적분할이라는 분사 방식이 기존 주주를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반발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분사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15일 72만6천원에 거래가 마감됐던 LG화학 주가는 분사 소식이 전해진 16일 5.37%, 이사회로 분사가 확정된 전일 6.11% 하락했다.

특히 전일 개인 투자자가 22만3천684주를 투매하면서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기존 주주들이 신설법인 주식을 받는 인적 분할과 달리, LG화학이 자회사 형태로 신설법인 지분을 100% 보유하는 물적 분할 방식을 택한 것에 실망감을 표했다.

신설법인이 IPO를 진행하고 자금을 조달하면 LG화학의 지분율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LG화학 기존 주주의 지분율도 함께 희석된다는 점에 대한 반발도 일어났다.

LG화학 지분율이 떨어지면 신설법인에 대한 LG화학의 지배주주 순이익과 주당순이익(EPS)이 감소한다.

다만, 기존 주주들의 반발에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 안건은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분할 안건은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반기 말 기준 ㈜LG의 지분율이 30.06%에 달해 일부 찬성표만 끌어들이면 주주총회에서 무난하게 승인될 전망이다.

LG화학은 다음 달 30일 임시주총에 전지사업 부문 물적 분할 승인 안건을 올리며, 주주들은 전자 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앞선 지난 17일 LG화학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지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설립하는 안을 의결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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