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결국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저금리 늪에 빠져 중앙은행으로서의 존재감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켓워치는 17일(현지시간) 연준의 평균물가목표제 도입과 관련해 "연준이 저금리 시대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제로 금리의 늪에 빠진 BOJ와 ECB는 연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낮은 인플레이션은 인플레 기대치도 하락 시켜 결국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이어진다.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으로 미래 경기 침체를 대비할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마켓워치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저축 과잉이 나타나고, 세계 채권금리는 하락했다"며 "이런 요인이 일본과 유럽을 강타했고, 이들 중앙은행은 지지부진한 경제를 활성화할 방법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돌아봤다.

바클레이즈의 마이클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이던 해리스 글로벌 헤드는 "영구적인 저물가 세계, 이른바 '일본화'를 막기 위해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연준의 새로운 전략이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크다"며 "앞으로 3년 안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결국 물가 상승이라는 연준의 목표 달성도 더욱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연준은 오는 2023년까지는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금리 동결 기간은 더욱더 길어질 수 있다.

코너스톤의 로베르토 펄리 연구원은 "연준은 오는 2025년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센 소장은 "연준의 새로운 전략에도 금융 시장(증시)이 크게 반응하지 않은 것은 제롬 파월 의장에게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BOJ나 ECB가 그랬던 것처럼 경제가 예상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수년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밑돌 것이라는 점을 연준도 깨닫고 있다"며 "심지어 중앙은행의 의도된 메시지조차 먹히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우리가 영원히 무력하다고 느끼는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확실히 노력하고 싶다'고 말하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미국이 유럽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충분한 인플레이션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여 다행이지만, 단지 이들 나라와 몇 개의 순환 주기 차이만 있는 게 아니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5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