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부동산 처분에도 유찰 사례 많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내 시중은행들이 서울, 부산 해운대 등에 위치한 알짜배기 부동산까지 잇달아 매각하고 있으나 잘 팔리지 않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다음달 8일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매 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하나은행 영업점으로 사용하던 22곳의 부동산을 처분할 예정이다.

서울시에 위치한 물건이 12개, 경기도 2개로 수도권에 위치한 물건이 14개나 있다. 서울시 강남구, 송파구 등 인기지역 매물도 포함됐다. 부산시 해운대구 소재 부동산도 함께 내놨다. 최저 공매가격 기준 총 881억1천만원 규모다.

NH농협은행도 현재 서울 관내 업무용 부동산만 4곳을 공매물건으로 내놨다. 서울디지털지점, 이문로지점, 애오개역지점, 돌돗이역지점, 서김천출장소가 공매 대상이다. 최저 공매가격 기준 총 215억8천만원 규모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3일까지 2건의 유휴부동산 재매각에 나선다. 지난 7월 통폐합된 충청남도 공주시 소재 공주중동점과 현재 은행 지점으로 이용하고 있는 경상북도 영천시 소재 지점이 공매 대상이다. 지난달에는 서울에 위치한 물건 4건을 포함해 9개의 유휴부동산 매각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국민은행은 이날까지 온비드를 통해 총 20곳의 유휴 부동산 매각에 나섰다. 지난해 국민은행이 공매로 내놓은 유휴 부동산은 8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처분하는 부동산이 부쩍 늘었다.

시중은행들이 지점 통폐합에 속도를 내면서 유난히 시중은행들이 처분하는 유휴부동산 수가 많았다. 은행법상으로 은행들은 점포를 폐쇄한 뒤에는 임대가 불가능하고 3년 이내로 처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는 올해 3개월 만에 72개가 사라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천661개 지점이 있었는데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4천589개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 해 동안 총 38개 지점이 사라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폐합 속도가 매우 빨랐다.

은행들의 디지털 금융혁신으로 오프라인 지점의 필요성이 현저히 낮아진 점이 영향을 줬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 위기로 은행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유동성을 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있다.

은행들이 알짜한 부동산을 위주로 매각에 나섰지만 잘 팔리지는 않고 있다.

일례로 하나은행이 내놓은 강남구 대치동 소재 매물은 9차례나 유찰됐다. 그 과정에서 최저 입찰가는 37조3천500만원으로 첫 매각 시도 때와 비교해 30억원 넘게 떨어졌다.

국민은행이 전월 낙찰한 서울 북아현동지점도 3차례의 유찰 끝에 낙찰된 매물이다. 이번에 매각을 시도하는 공주중동점과 영천지점도 3번이나 유찰되며 최저 입찰금액이 각각 7억원, 4억원가량 낮은 30억2천만원, 17억5천800만원까지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충청북도 진천연수원 부지는 지난 4월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 4차례 낙찰에 실패하면서 가장 마지막 최저 입찰가는 최초 시도보다 47억원 떨어진 433억원으로 떨어졌다.

다만 올해는 유독 알짜 위주로 매물이 나오는 만큼 기존 은행들의 매각 실적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내놓은 8건의 물건 중에서 한 번에 낙찰에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노원(상계동)지점과 은빛마을 자동화지점, 신제주점, 부산진지점 등이 한차례 시도 만에 낙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은행이 매각하는 부동산들은 유찰이 많다"며 "올해는 물건지가 서울 등 대도시가 많아 생각보다는 잘 팔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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