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매각 이후에도 삼성생명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는 그 과제로 배당, 지급여력(RBC) 비율 관리 등을 지목했다. 삼성전자를 대체할 투자자산을 찾고 이원차마진 축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 삼성전자 매각 후 배당은…대체 투자자산도 찾아야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한 이후에 배당 문제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은 2018년 삼성전자 지분 매각 때 경상이익에 관한 배당과 동일한 배당성향(30%)으로 특별배당을 지급했다"며 "그 이후 삼성생명은 경상이익에 대해서만 2021년까지 배당성향 50%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 매각익이 특별배당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에 유안타증권은 배당성향에 따른 매각차익을 추산했다.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각차익은 약 12조7천억원이다. 배당 성향이 30%, 40%, 50%를 기록하면 매각차익은 각각 8조9천억원, 7조6천억원, 6조3천억원이다.

배당 미지급 시 매각차익 12조7천억원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삼성생명이 자산의 3% 초과분을 지난 11일 종가로 매각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보험업법 제106조 제1항 제6호에 따르면 대주주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과 주식 합계액은 일반계정 자기자본의 100분의 60을 초과하면 안 된다.

자기자본의 100분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 총자산의 100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보다 크면 총자산의 100분의 3을 초과할 수 없다.

또 매각차익은 유배당계약자 지분, 유배당계약 손실, 손실보전준비금, 법인세 등을 고려한 결과다. (연합인포맥스가 9월 18일 송고한 '[삼성생명법] 삼성전자 지분 매각 논란' 기사 참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대체할 투자자산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도 풀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면서 얻는 배당수익은 연간 7천196억원(지난해 기준)이다. 시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2.5~2.9% 정도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매각한 이후에 기존 수익을 유지하려면 투자 요구수익률 4.1~4.2%를 충족해야 한다.

이는 매각이익을 주주환원에 활용하지 않았을 때 수치다. 매각익이 주주환원에 활용되면 요구수익률은 더 상승한다.

유안타증권은 배당 미지급 시 요구수익률은 4.6%라고 추정했다. 배당성향 30%, 40%, 50%일 때 요구수익률은 각각 6.5%, 7.6%, 9.2%라고 추산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처럼 지분가치가 상승하고 배당이 잘 나오는 자산을 찾기는 쉽지 않다"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대체할 투자자산을 물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삼성전자 매각을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생명이 매각대금으로 보험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다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우량자산"이라며 "하지만 보험산업과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가치가 상승하는데도 삼성생명 시가총액이 감소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이원차마진 축소 문제…RBC 비율 변화도 중요

또 삼성생명이 이원차마진 축소 문제에 직면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이원차마진 축소는 두 가지 경로로 나타난다. 먼저 보유이원 하락이다.

매각자산 이원이 신규 투자이원보다 높으면 보유이원이 하락한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대체할 투자자산을 찾지 못하면 삼성생명 보유이원이 하락하게 된다.

두 번째는 부채 부담금리 상승이다. 삼성전자 매각 시 운용자산이익률이 상승하면 공시이율도 오른다. 공시이율 상승은 부채 부담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채 부담금리가 공시이율을 근거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삼성생명의 이원차 스프레드는 확대되고 있다. 스프레드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92bp, 올 1분기 -95bp, 2분기 -102bp를 기록했다.

올 2분기 기준 준비금 부담이율은 4.25%, 이자소득자산 보유금리는 3.23%다.

삼성생명 RBC 비율 변화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지급여력금액은 46조1천473억원, 지급여력기준금액은 13조6천896억원이다. 이에 따라 RBC 비율은 337.10%를 기록했다.

먼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 자본적정성이 제고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올 2분기 말 기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지난달 28일 종가로 일시에 매각하면 세후 16조8천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연합인포맥스가 9월 18일 송고한 '[삼성생명법] 삼성전자 지분 매각 논란' 기사 참고)

이때 지급여력금액은 약 5조8천억원 감소하고 지급여력기준금액은 약 3조3천억원 줄어든다. 그 결과 RBC 비율은 50%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 시 순이익 증가로 자기자본이 증가한다"며 "계약자지분조정 등은 감소한다. 이에 따라 지급여력금액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개별주식이라 시가평가액의 16%는 시장위험액, 12%는 신용위험액으로 가산된다"며 "상관계수를 고려하면 2분기 말 기준 총 위험액은 약 13%"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매각 시 위험액 감소로 지급여력기준금액도 줄어든다"며 "이에 따라 RBC 비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매각 대금으로 초장기채 등에 투자하면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매각 차익을 배당 등 주주환원에 활용하면 RBC 비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배당성향 30%를 가정하면 배당으로 가용자본이 감소한다"며 "위험액도 감소해 요구자본도 줄어든다"고 했다.

그는 "이를 고려하면 RBC 비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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