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 매물이 쌓여가고 있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한 편이다.

금리 수준과 밀접한 실적 연관성을 갖는 보험업 특성 탓에 향후 의미 있는 수익률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주요 원매자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21일 "향후 3~4년은 금리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반면, 최근 보험사들의 실적 반등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원매자와 매각자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실시된 악사손해보험의 매각 예비입찰은 이러한 이유로 흥행에 실패했다.

교보생명만이 예상대로 예비입찰에 뛰어들었을 뿐, 애초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신한금융그룹과 카카오페이 등은 모두 불참했다.

또 매각 흥행의 한 축을 맡아 줄 것으로 예상됐던 사모펀드(PEF)들의 참여도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PE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일부 검토를 진행했지만, 보험사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악사 측은 매각가(價)로 3천억원 이상을 희망하는 반면, 일부 원매자들은 절반 수준인 1천억원 중후반 수준이 적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경우 자사 브랜드라도 붙여 기업가치를 높일 여지가 있지만 PE의 경우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대부분 외국계 보험사들이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상황인 점도 매각을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메트라이프생명과 ABL생명, 동양생명, AIA생명에 더해 라이나생명까지 한 차례 매각설이 시달리며 사실상 외국계 생보사 전체가 잠재 매물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손보업계에서도 악사손보에 더해 최근 캐롯손해보험의 지분을 한화자산운용에 넘긴 한화손해보험이 M&A 매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화손보 측은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의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넘쳐나는 보험사 매물을 소화해 줄 것으로 기대됐던 금융지주와 빅테크업계 등이 시중한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 재편에 대한 기대감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또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 보험사의 실적이 소폭 개선되고 있는 점도 매각설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에 손보사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1조7천15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다만,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운행량 등이 줄면서 주력인 자동차 보험의 손해율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일시적 요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생보업계 또한 운용수익률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증시 회복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 환입 등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작년 상반기 수준인 2조7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 수준과 3% 초반에 불과한 자산운용수익률 등을 고려하면 보험사들의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편이다.

대부분의 국내 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이차마진 감소세를 지속하다가, 지난해부터는 오히려 이차 역마진이 발생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가 0.5%까지 인하하면서 우려는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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