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월가 은행들의 트레이딩 플로어(객장)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거리 두기 지침으로 변모하고 있다.

빽빽이 나열된 데스크와 수많은 모니터, 그 앞에서 전화기를 들고 고함을 치던 트레이더들의 모습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 수 있다고 CNBC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건축업체 겐슬러의 로코 지네티 매니징 디렉터는 CNBC에 "객장의 경직성이 다소 완화된 형태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객장이 (전처럼) 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빽빽할 필요도 없으며, 배치도 선형으로 이뤄질 필요가 없어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지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겐슬러는 월가 금융회사들을 위한 사무 공간을 설계해온 전문업체로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에 뱅크오브아메리카 타워 등 많은 금융기관의 사무공간 설계를 주도해왔다. 회사는 JP모건, 도이체방크, 씨티그룹, 노무라, 소시에테제네랄 등과 같은 회사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월가 객장에 화초나 커피 바를 둬 트레이더들의 스트레스를 낮추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됐다.

겐슬러의 지네티 매니징 디렉터와 마리솔 데로사 전략 디렉터는 최근 월가의 주요 은행 담당자들과 회동해 원격 근무 방식과 회사들의 트레이더들을 사무실로 다시 복귀시키는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주요 이슈 중 하나는 객장에 원격 기술을 채택한 것이 예상보다 순조로웠다는 점이며 이러한 결론을 토대로 유연 근무를 어떤 방식으로 채택해나갈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네티는 "이번 사태가 있기 전에는 금융기관들이 서로 먼저 객장에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채택하는 것을 꺼리는 불안감이나 망설임이 있었다"라며 그러나 "그들은 이제 임기응변이나 기술을 통해서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게 됐다는 점에서 더는 (기술 채택에) 제한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데로사 전략가는 최근에는 경영진들과 직원들과의 대화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연성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홈 트레이딩에 따른 위험 절감 방법이나 객장에서의 책상 배치에 변화 등도 논의에 포함된다고 데로사는 귀띔했다.

월가의 많은 트레이더는 3월 중순 이후 사무실 봉쇄로 인해 재택 등 원격 근무에 나섰으나 봉쇄 조치의 완화로 하나둘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다.

최근 JP모건이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지시했고, 골드만삭스도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JP모건은 사무실 출근을 권고하면서도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번갈아 시행하는 영구적인 '순환 근무' 체제를 도입했다.

업무 종류에 따라 한 달에 1주일 또는 2주일은 집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으며, 주 2회 재택근무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사무실 근무를 선택할 수도 있도록 했다.

데로사는 점점 더 많은 트레이더가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단기적인 방안으로는 시간대별로, 공간별로 팀을 구분하거나 투명판으로 스크린을 치는 방안 등이 등장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중심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에 여러 사무실을 배치하는 중앙집중형(hub-and-spoke)의 배치 방식이나 자동문, 비접촉형 조명 등과 같은 비접촉 기술이 더 많이 도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네티는 집에서 트레이딩하는 것도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확인된 만큼 앞으로 더 유연한 업무 형태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문화, 커뮤니티 빌딩, 브랜드 등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접촉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객장으로 돌아가길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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