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집을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 직설화법과 신념에 찬 정책 행보로 주목을 받았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이면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 된다.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근무했던 약 3년 3개월(1천189일)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아무도 그가 이토록 오래 국토부 장관으로 일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최장수 기록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안정되는 듯했던 집값이 다시 들썩이면서 취임 초부터 지향했던 정책 목표인 서민 주거안정의 길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 저금리에 속수무책…결국 오른 집값

김 장관은 소수의 집주인이 너무 많은 집을 갖고 있어 수급이 왜곡된 것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하는 정책을 폈다.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높이고 고가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끌어올리는 등 취임 후 스물 세 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김 장관이 지휘하는 정책의 타깃은 분명했다.

다주택자가 집을 많이 보유하기 힘든 여건을 만드는 것.

김 장관은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고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등 다주택자가 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는 한편 임대사업자 등록 때 세금 혜택을 주거나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주택 해소를 끊임없이 유도했다.

한편으론 분양원가 공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등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도 함께 추진했다.

이런 입체적인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 때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고도화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막대한 부동 자금이 흘러드는 것까지 통제할 순 없었다.

기준금리가 1년도 안 돼 1.25%포인트(p)가 낮아지면서 집값 상승이 촉발됐고 6개월만에 종합 부동산 대책을 또 내놔야 할 정도로 대책에 따른 조정 기간이 짧아졌다.





임대사업자 혜택은 절세 수단으로 악용돼 투기세력에게 꽃길을 깔아주다 폐지됐고 다주택자들은 매도보다 증여를 택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 30대에 공감 못하는 정책 극복할까

서울 강남의 다주택자를 겨냥하던 규제가 풍선효과를 낳자 정부는 규제 범위를 수도권으로 넓히고 대상도 확대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왔다.

주택 매매자금으로 전용되는 전세대출을 막아 주거사다리를 걷어찬 셈이 됐고 부정청약을 막고자 청약제도를 강화하자 가점이 낮은 30대의 허탈감이 커졌다.

최근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집을 사는 것이 안타깝다는 김 장관의 발언은 30대의 현실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김 장관은 그간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에 공을 들였으나 30대의 패닉 바잉은 이러한 공급이 태부족이었던 것을 보여준다.

국토부는 서둘러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고 서울 내 공급 물량을 추가했다.

김 장관은 용산정비창 부지를 직접 발굴하는 등 서울 내 택지 확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내놓은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이 젊은 세대의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방문자수가 100만명을 돌파한 3기 신도시 홈페이지에는 30대가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힘 있는 장관, 밖에선…

김 장관은 역대 어느 장관보다 힘 있는 실세 장관으로 국토부 업무에 힘을 실었고, 직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기를 살리며 결속을 다진다는 평가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장관이다보니 바깥에선 공격을 자주 받는데, 지나친 규제로 피해를 호소하는 주장의 반대편엔 정부 정책이 맹탕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52% 오를 정도로 정부가 집값을 잡는데 무능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임기가 길어져 국토부 업무를 꿰뚫게 되자 정책을 내놓을 때 제기되는 비판에 대한 걱정이 늘었다는 주변의 이야기도 들린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집값은 52%가 아니라 11% 올랐고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불안해진 전셋값도 몇달 뒤에는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시장에선 전셋값 급등이 계속될 경우 30대가 서울 외곽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다시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jlee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2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