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기획재정부가 언급한 '탄력적 재정준칙'을 두고 유연한 자세라는 평가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딪히고 있다.

23일 기재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 19 위기와 같은 때 경직적 준칙으로 재정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런 준칙이 제약이 된다"며 "긴급한 재난이나 위기시에는 재정준칙이 탄력 있게 운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9월 말까지 재정준칙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정준칙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기재부의 입장에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지적들이 나온다. 국가채무비율이 급증하고, 현재의 부채가 미래세대의 상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문제 제기다.

실제로 올해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과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6.1%와 43.9%를 기록해 역대 최고를 나타냈다.

다만 국가채무비율을 낮추기 위해서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나친 긴축이 경기 침체를 불러와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분모인 GDP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채를 줄이더라도 GDP가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이 상승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32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증세법(The Revenue Act of 1932)을 통과시켰지만 이후 적자가 더 심각해진 사례도 있다.







<미국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출처 :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우리나라 경제도 GDP가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8월 우리나라의 올해 명목 GDP가 1천884조8천억 원으로 작년보다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이다. 부채비율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재정의 뒷받침이 필요한 이유다.

해외에서도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재정준칙의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유럽연합(EU)도 코로나 19 대응에는 예외를 뒀다.

EU 회원국의 재무장관들은 지난 3월 "EU의 재정체계로부터의 예외 조항을 사용할 조건이 충족됐다"며 "그 조건은 유로 지역이나 유럽연합 전체의 심각한 경기 위축 상황"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EU의 재정 체계란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에 따라 EU 회원국이 GDP 대비 3% 이하 재정적자와 GDP 대비 60% 이하의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기로 한 합의를 말한다.

지난 2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경고한 신용평가사 피치도 최근 들어서는 확대 재정을 다소 용인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스티븐 슈바르츠 피치 아태지역 국가신용등급 총괄은 지난 7일 "한국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비율이 지난 몇 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그 여력을 사용해 올해 세 차례의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며 "한국이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썼으나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보통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과거의 분석 틀이 무의미해진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몸이 아픈 환자가 회복되기 전에 약을 끊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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