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변화 시대에 기존 주력 사업으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 과감한 사업 정리와 공격적 투자로 빠르게 그룹 체질을 개선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전통 유통업을 대표하는 롯데쇼핑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대신 신성장 동력으로 강조한 첨단소재, 화학 분야에는 과감한 투자를 펼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23일 이사회를 열어 사모펀드(PEF)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하는 두산솔루스에 2천9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이달 초 2차전지용 전지박 사업을 하는 두산솔루스 지분 53%를 6천986억원에 인수하는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6월 두산솔루스가 매물로 나왔을 때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롯데케미칼이 주축이 돼 마지막까지 진지하게 인수를 타진했으나 가격눈높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입찰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개별 협상을 통해 스카이레이크 측을 접촉, 재무적투자자(LP) 형태로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에 참여한 것이다.

롯데는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에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들어 이 분야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지난달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박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280억원을 투자했다.

은박지 등 포장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롯데알비늄이 배터리 소재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헝가리에도 1천100억원을 투자해 양극박 공장을 짓고 있다.

롯데는 배터리 소재 M&A에도 관심을 보여 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배터리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하자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한 쇼와덴코 지분을 약 1천700억 원에 매입했다.

신 회장이 신사업 육성에 집념을 보이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업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양대 축인 화학과 유통이 동시 부진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자 신 회장은 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살 수 있다고 봤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32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0.5% 급감했고, 롯데쇼핑은 전년동기보다 98.5% 줄어든 14억원에 그치는 등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유통 부문의 온라인 혁신과 화학부문의 새 먹거리 창출이 신 회장이 찾은 새로운 길이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경영에 발을 들여놓은 신 회장은 그간 20~30건의 크고 작은 M&A를 통해 그룹의 몸집을 키워왔다.

새로운 성장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 발굴한다는 의지는 변함없지만,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게 사업 형태를 과감히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신 회장의 새로운 시도다.

롯데쇼핑이 역대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것도 그 일환이다.

롯데쇼핑은 마트와 슈퍼, 백화점, 전문점 등 수익성이 없는 약 200개의 점포를 연내 없앨 계획이다.

신 회장은 한국 시장의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고 인터넷 쇼핑몰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기존의 경영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그룹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유통 사업에 대한 발 빠른 대응 없이는 사업 전체가 몰락할 수 있다고 봤다.

롯데는 내년까지 온라인 사업 확장에 3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롯데가 이커머스 M&A,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재계 총수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롯데 역시 과거와 다른 전략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전통기업 이미지에 갇혀 구조적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영원히 낙오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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