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높은 금리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후순위채를 찍는 보험사들이 늘면서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로금리' 여파로 운용자산이익률은 3%대 초반까지 내려왔지만, 보험업황에 대한 전망이 '악화일로'를 보이면서 영구채·후순위채의 금리는 여전히 5% 안팎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최근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를 대신해 비교적 간편한 자본확충 방법인 영구채와 후순위채 발행에 뛰어드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3억달러(한화 약 3천500억원) 규모의 해외 영구채를 발행한 동양생명은 발행금리를 5.25%로 확정했다.

그나마 수요예측 단계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린 영향으로 최초 제시금리인 5.375% 대비 10bp 이상 금리를 낮출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영구채와 후순위채 발행이 이어졌지만 금리 절감에는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자산운용 방식으로는 조달금리와 자산운용수익률 사이의 갭을 줄이기 쉽지 않아 문제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운용이익률은 3.46%로 1년 전과 견줬을 때 0.45%포인트(p)가량 개선됐다.

다만, 동양자산운용의 처분이익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자산운용 여건이 명확히 개선됐다고 보긴 힘들다는 평가다.

앞서 후순위채를 찍은 흥국화재와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결국 수요예측에서 '미달'을 낸 케이스다.

이 때문에 양사는 희망금리밴드 최상단인 4.8%와 4.49%로 발행금리를 확정해야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 대비 발행 금리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기준금리 인하 폭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업황 리스크가 발행금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향후 자산운용 여건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부정적인 점은 가장 큰 문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 완화 정책이 주를 이루면서 당분간 금리 인상을 기대하긴 어려워진 분위기다.

보험업계의 이러한 위기의식은 채권 금리뿐 아니라 주가 등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권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딜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서도 보험사 딜만은 유일하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보험사들의 향후 업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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