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중국 상무부가 내놓은 '신뢰할 수 없는 명단' 관련 규정이 모호해 중국이 해외기업에 대해 징벌적 조치를 취할 여지가 상당히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진단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9일 신뢰할 수 없는 명단, 즉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기업은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해치는 외국 기업과 개인이 될 것이라면서 이 명단에 오른 외국 기업은 중국과 관련한 수출입 활동에 관여하거나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금지 또는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부내용을 공개한 것은 신뢰할 수 없는 명단에 대한 내용을 처음 발표한 지 15개월 만이다.

그러면서 해당 발표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극소수의 기업만 신뢰할 수 없는 명단을 통해 처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중국 상무부의 이러한 세부내용 발표에도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시행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지스 아시아 경제 헤드는 "해외 기업들은 계약이나 규칙을 어기거나, 중국 입장에서 중국 이익을 저해한다고 간주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경우 신뢰할 수 없는 명단에 올라 상업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보면 명확한 기준과 과정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규정에 사용된 언어의 일반성은 중국 정부가 신뢰할 수 없는 명단에 올리는 데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소재 로펌 CMS의 울리케 글루크 매니징파트너도 신뢰할 수 없는 명단 관련 규정이 모호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예를 들어 규정 제 2조에는 정상적 시장 거래 원칙을 위반한 외국 법인이 명단에 포함될 것이라고 적혀있으나 정상적 시장 거래 원칙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 제 7조에는 중국의 국권, 안보, 개발이익에 위험이 되는 정도와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 및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제통상 규칙에 미치는 피해의 정도에 따라 명단에 올라갈 수 있다고 되어있다"면서 "위험이 되는 정도, 피해의 정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제 통상규칙 등의 단어가 모두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글루크 파트너는 규정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융통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으나 동시에 법적 안전성을 떨어뜨리고, 불평등한 대우를 할 수 있다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말하자면, 국제적인 투자에 대해 좋은 방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닉 마로 애널리스트는 아직은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핵심적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은 중국 정부 당국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나오느냐이며, 또 더 무서운 것은 최전선에 서게 될 기업이 누가 될 것이냐는 점이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그간 외신에서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거론됐던 곳이 퀄컴, 시스코, 애플, 보잉 등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 페덱스, HSBC 등도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이라고 말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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