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유로화에 머물고 있던 투기세력의 자금이 엔화로 서서히 침투하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금융시장이 연휴로 문을 닫았던 지난 21일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한때 103.932엔까지 하락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달러-엔은 106엔 전후에서 정체된 흐름을 보였으나 이달 중순부터 슬금슬금 하락했다.

지난 7월 말에도 달러-엔 환율은 한때 104엔대로 하락했으나 유로화 대비 엔화 매도세가 엔화 추가 강세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엔화가 달러와 유로화에 대해 모두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즈호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배경으로 헤지펀드 등이 달러에서 유로로 투기자금을 옮겼지만,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계기로 투기자금을 다시 엔화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22일 펍과 식당 등의 오후 10시 이후 영업 금지, 상점 등 실내 마스크 착용 확대, 가급적 재택근무 유지 등을 뼈대로 하는 코로나19 제한조치를 발표했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도 제한 강화를 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발표한 통화 매매 데이터를 미즈호은행이 분석한 데 따르면 지난 여름 투기세력의 유로화 매수액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확대됐다가 9월 중순에 걸쳐 서서히 줄어들었다. 유로화 매수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신문은 미국 달러의 경우 추가 경기부양책 협의 난항으로 적극적으로 매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투기자금이 엔화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엔화 강세가 이어지기 쉽다고 보고 있다. 일본과 미국, 유럽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온도차도 엔화의 나홀로 강세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 정책 심의위원을 맡은 바 있는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과 미국, 유럽중앙은행 가운데 일본은행이 가장 추가 금융완화에 신중한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엔화 강세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은행이 유럽중앙은행처럼 노골적으로 통화강세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어렵다. 지난 23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만난 이후에도 "환율에 대해 특별히 말한 것은 없다"며 관망세를 나타냈다.

현재 달러-엔 환율은 105엔대로 되돌아왔으나 시장에서는 '대폭 약세를 보였던 달러가 자율반등한 것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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